잘 나가는 공직 또는 직장에 있다가, 소위 비리의 혐의가 있어 경찰 또는 검찰의 조사를 받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 중의 적지 않은 수가 수사를 받는 중에 자살을 택했지요. 높게는 전직 대통령에서 대기업 임원, 가장 최근에는 중학교 교감선생님까지 있습니다.

이 분들이 극단적인 방법인 자살을 택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요? 이미 고인이 된 분에게는 죄를 묻지 않는 법이지만, 이 현상은 계속 반복되고 있고 앞으로도 또 일어날 일이기 때문에 그 심리적 기전을 한편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 분 한 분마다의 정확한 이유는 소위 심리 부검을 해야겠지만, 자살을 택하는 분들은 몇 가지 공통점이 있어 보입니다. 그 첫째는 다 잘나갔다는 점입니다. 자신의 분야에서 막강한 권력과 영향력을 행사했거나, 현직에서 하고 있는 분들이지요.

둘째는 수사를 받는 도중에 언론을 통해 국민의 주목을 크게 받는다는 점입니다. 잘나가는 사람들을 인터넷이나 sns에서 욕하는 사람들은 매우 많지요. 즉, 당사자는 수사, 언론, 네티즌의 비난과 욕이라는 삼중의 공격을 받게 됩니다.

셋째는 그 만큼 당사자에게는 상실감이 크다는 점입니다. 이는 연예인이 인기가 떨어졌을 때 자살을 택하는 것과도 일맥상통하지요. 수사 과정도 힘들지만, 앞으로의 삶은 그야말로 나락으로 떨어지는 심정이었을 것입니다.

넷째는 스스로는 자신의 그간 삶에서 이미 누릴 만큼 누려서, 더 이상 살지 않아도 괜찮겠다는 생각도 있었을 것입니다. 화려하게 마감하는 것이 구차하게 연명하는 것보다 더 낫다고 판단하는 것이지요.

다섯째는 남은 가족을 위한 희생이 있습니다. 손가락질 받는 비리자의 가족으로 살면 비난이 연계되지만, 자살자의 가족이면 그래도 어느 정도 면죄가 되고 동정도 받을 수 있게 되기 때문이지요.

마지막으로는 한국인의 자아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남의 나’가 있습니다. 남의 나는 남에 의해서 내 존재와 정체성이 성립되고 확인되는 것이지요. 남이 인정해줄 때 내가 존재하는 것이고, 남의 비난할 때는 내가 존재할 필요가 없다고 느끼는 것입니다.

이런 이유에서 한국에서의 자살자는 계속 늘어만 갑니다. 비리 수사를 받는 당사자는 현재로서는 다른 도움을 생각하지 못하지요. 이때는 가족이 나서서 당사자가 수사 과정을 잘 감당할 수 있도록 전문가 상담의 도움을 찾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