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강연에서 나온 질문입니다. 스트레스를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를 묻더군요. 제가 재차 되물었습니다. 스트레스는 객관적이 아닌 주관적 느낌과 반응이라서, 본인의 구체적 스트레스를 얘기해 달라고 했지요. 잠시의 머뭇거림 후에 나온 대답입니다. 

이 기업은 상하관계가 분명한 조직이었습니다. 질문한 분은 윗사람 몇 분과 많은 아랫사람을 거느린 임원이었지요.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 지시가 많은 윗사람이 바로 현장에 있는 자리에서 나온 이 대답은 상당히 용기 있는 질문이었습니다.

 이 경우의 스트레스는 바로 업무관계입니다. 공동의 업무를 수행하는 조직에서의 관계이지요. 지시를 하는 윗사람은 아랫사람이 업무를 좀더 효율적이고 생산적으로 진행하지 못한다는 느낌의 스트레스가 있고, 그 지시를 수행하는 아랫사람은 지시가 너무 많아 오히려 업무가 잘 안 된다는 느낌의 스트레스가 있는 것이지요. 

이 두 사람의 차이는 한 사람은 지시와 감독으로 자신의 스트레스를 대신해서 스스로는 스트레스라고 인식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은 이를 온전히 스트레스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입니다. 윗사람은 또한 자신의 과거를 생각하면 그 정도는 오히려 가르침이라고 생각하지요.  

이렇게 인식의 차이가 있을 때의 해결책은 당연히 소통입니다. 그런데 그 소통이 평소에 막혀 있다가, 강연장에서 애교 섞인 불만으로 터져 나온 것이지요. 평소에서는 저녁 술자리에서나 나왔을 법한 얘기였습니다.

 제 대답은 질문한 사람에 대해서만 상황에 치여 살지 말고 앞서 살라는 것이었습니다. 윗사람의 요구를 앞서 생각하고 풀어가면 윗사람의 스트레스도 본인의 스트레스도 해결된다는 취지이었지요. 그런데 정작 그 윗사람도 같은 자리에 있는 상황에서는 윗사람 편으로 좀더 치우친 대답이었습니다.

또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지시가 많아 스트레스라는 분의 아랫사람도 그 분의 지시가 많아 스트레스가 많다고 느낀다는 것입니다. 과거부터 내려온 상하관계의 조직문화가 좀더 수평관계를 요구하는 새 세대와 갈등이 되고 있는 것이지요. 

조직원 개인은 개인대로 현 상황을 즐겁게 대처하는 법을 익혀야 하고, 조직 자체는 이 갈등을 좀더 자유로운 소통으로 풀어나갈 때 더 건강한 조직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