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초반의 여성이 닥터 U의 진료실을 방문하였습니다. 자신의 질병을 설명하면서, 한 뭉치의 진료기록을 내놓았지요. 10년 전부터 모은 건강진단기록, 검사기록, 그리고 CT 및 MRI사진을 몇 장의 CD에 담아 가지고 왔습니다. 각 기록들은 색인을 매겨 연도별로 잘 정리되어 있었지요.  

상당한 공과 시간을 들였겠구나 라고 느껴질 정도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기록들을 검토해 본 결과, 어느 하나도 환자가 현재 가지고 있는 증상과 문제점은 설명하지 못하는 정상소견들뿐이었습니다. 

닥터 U가 그 자리에서 이 기록들은 쓰레기통으로 던졌습니다. 여러분, 이 여성환자가 저한테 화를 냈을까요? 아닙니다. 가슴속으로 몹시 후련하다고 하였지요. 허구한날 의미도 잘 모르는 이 기록들을 쳐다보면서 불안해 하고는 했는데, 이제는 없애 버렸으니 속 시원하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과거를 없애니까, 이 분에게 이제 미래가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과거에 앓았던 병만을 줄줄이 꿰었던 그 분이, 앞으로 자신의 몸이 어떻게 되고, 더 건강해지기 위해 어떻게 하면 좋겠냐는 질문을 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 외에도 제 진료실을 찾은 많은 분들이 2-3회 이상의 과거 건강진단기록을 소지하고 옵니다. 매년 검사 소견이 변하는 것을 보면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에서이지요. 또 다른 생각은 자신의 몸이 항상 그대로이다라는 것을 확인하고 싶은 것도 있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과거를 확인하는 분들은 미래에 올 변화에 대해서는 오히려 무관심하다는 것입니다. 내 일과 진로 등은 모두 미래로 향하여 있는데, 내몸에 대해서만은 미래보다는 과거를 주로 보고 있지요. 건강기록을 꼭 보관하고 싶으면 가장 최근 것만 하고, 그 이전 것은 버려도 됩니다. 

머리가 쓰는 시간과 노력을 나누어 본다면, 여러분들은 과거와 미래 어느 쪽에 더 많은 비중을 둡니까? 혹 과거가 훨씬 더 많지는 않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