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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원아트갤러리] 서수영 개인전 ‘보물의 정원’
오주영 기자  |  ojy-womandail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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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3.12.13  19:2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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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혜원아트갤러리는 12월 8일(금)부터 31일(일)까지 서수영 개인전 ‘보물의 정원’을 개최한다.

 
서수영(1972~)은 고아(古雅)한 한국적 미감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독창적 작품세계를 구축해 온 작가로, 지난 30여 년간 전통회화라는 공고한 토대 위에 다양한 주제와 실험적 기법의 변주로 주목받아 왔다.
 
서수영은 오랜 시간 궁중의 여성과 복식을 주제로 왕실의 권위와 화려함이 담긴 작업을 선보여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달항아리와 청화백자, 전통 문인화의 상징적 자연물 등과 함께 절제된 화려함과 몽환적 분위기를 자아내는 대규모 회화 작업으로의 전환을 꾀한 새로운 작품들을 선보인다. 동양화에 뿌리를 뒀지만 최근 작업에서 드러나는 독특한 회화적 마티에르와 화면 구성, 현대적 감성은 한국 전통회화의 경계를 허문 ‘K-파인아트(Fine Art)’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어 괄목할 만하다.
 
서수영은 “전통이야말로 우리 문화의 정체성을 지킬 수 있는 무기라고 생각한다. 한국의 아름다움을 세상에 꺼내어 놓고 싶었다”며 “미지의 세계를 상상하는 것은 한계가 없이 무궁무진하며, 남겨진 보물과 국보를 통해 먼저 살아온 선조들의 생활을 상상하다 보면 자신의 정체성을 가지게 된다. 이런 사유를 바탕으로 그려질 때 진정한 새로움으로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선조들이 만든 고귀한 아름다움이 시간을 뛰어넘어서도 유효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고 밝혔다.
 
영원한 빛
 
학부, 대학원에서 한국화를 전공한 서수영은 전통회화에 내재된 아름다움과 가치를 섬세하고 화려한 전통회화 기법과 상징성 짙은 소재를 통해 현대적으로 화풍으로 계승하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오랜 시간 고려 불화, 조선 궁중회화에서 이집트 고대문화까지 금을 사용하는 동서양의 회화 기법과 역사를 두루 연구하고 섭렵한 그는 선명하고 생동감 넘치는 색감을 발현하는 ‘석채(石彩·돌가루)’와 ‘분채(粉彩)’ 기법을 기본으로, 그 위에 금가루의 니금(泥金)이나 얇은 판막으로 늘려 쓰는 금박(金箔)을 입히는 ‘금채’ 기법을 더하는 작업 방식을 주로 구사한다. 특히 ‘연성(延性)’, ‘전성(展性)’ 즉, 늘리거나 펼치기가 쉽지만 다루기 까다로운 금박을 소재로 채택하고 있는데, 이는 불변하는 금의 물리적 성질과 여기서 비롯된 영속적 부귀와 영화라는 의미가 무한함과 영원성이라는 작가의 예술적 지향점과도 일맥상통하기 때문이다.
 
만개(滿開)하다
 
서수영의 넓은 캔버스 위에는 추상과 구상, 전통과 현대가 교차하는 다채로운 스펙트럼이 펼쳐진다. 일견 도드라진 전통회화의 장르적 정체성은 전술한 기법과 더불어 조선 시대 문인화의 상징적 자연물이나 오방색, 산수화적 요소 등 다양한 전통 소재의 사용함에서도 드러난다. 특히 화면을 가득 메운 주제부의 ‘달항아리’는 풍성하지만 절제된 한국의 미를 보여주는 것으로써 비움에서 그 아름다움의 정수를 찾는다. 그러나 작가는 달항아리와 함께 고귀함을 상징하는 봉황, 모란, 불로초 등을 그려 넣고 장지로 부조를 더해 장식성과 화려함을 적극적으로 표현, 달항아리의 새로운 미학을 시도하고 있다. 또 안팎에 중첩된 청화백자는 왕실의 권위와 명분을 가시적으로 드러내는 기물이자 소박하고 깨끗한 형태로 조선 시대 문인들의 청렴한 삶과 꼿꼿한 정신을 상징한다는 점에서 주요하다. 시선을 사로잡는 또 다른 지점은 만개한 꽃의 형상이다. 그중에서도 매화와 동백은 겨울의 추위를 이기고 가장 먼저 꽃을 피워 봄을 알리는 ‘삼촌(三春)’에 속하는 꽃으로, 끈질긴 생명력과 불의에 굴하지 않는 강인함을 상징하며 모란은 부귀와 영화를 의미한다. 작가는 이런 상징성 짙은 전통 소재들을 캔버스 위로 소환함으로써 우리 모두의 소망과 염원을 전달하는 것이다.
 
껍질을 깨다
 
한편 서수영의 작품 기저에는 시대적 여성상에 대한 인식이 깊숙이 자리해있다. 2000년대 초부터 전통 복식을 입은 궁중의 여인상이나 여성 작가의 자화상과 같은 구체화된 여성의 형상을 꾸준히 다뤄왔는데, 2017년 이후 이런 형상들이 사라지고 부주제로 다뤄졌던 꽃과 나비 등 자연물들이 주제부로 확장돼 여성성을 더 추상적으로 은유하는 방식으로 변모한다. 여기에 섬세하고 서정적인 화면 구성, 절제된 화려함은 여성적 상상력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이전 근엄하고 화려한 궁중의 여성상이 엄숙한 권위의 표출이자 여인의 삶, 숙명에 관한 단상들을 내재한 것이었다면 새로운 변화, 즉 거대한 화면 가득 자유로이 만개한 꽃의 형상은 기개와 권위, 위엄에 갇혀 있던 여성성의 해방을 상술하며, 더불어 폭발하는 화려함은 동시대 여성성의 또 다른 상징이자 여성으로서 작가의 바람을 대변한다.
 
이처럼 전통과 현대의 가치와 이념이 상통하고 또 충돌하는 점이야말로 서수영의 작품세계가 시사하는 주요한 의미다. 그것은 바로 우리의 현재이기 때문이다. 캔버스 안팎에서 전통의 껍질을 깨어내고 해체하고 또 재구성하는 큐비스트적 행보, 곧 과거를 반추하고 전통을 현대적으로 계승함으로써 새로운 한국의 미를 탐색해가는 치열한 작가의 노정은 우리를 무한한 예술의 세계로 인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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