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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음 프로젝트스페이스 ] 임영주 개인전<액체도시>
오주영 기자  |  ojy-womandail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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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3.03.20  20: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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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질 사회 도시민들은 인류사에 없던 거대한 실향민들이다. 고향은 사라진 지 오래이고 향수가 머물 곳조차 상실하기에 이르렀다. 

토마스 울프Thomas Wolfe의 말은 가히 예언적이다. 그대 다시는 고향에 가지 못하리! You Can't Go Home Again!
 
오늘날 물질 사회를 떠도는 우리들의 자화상을 보여주는 전시회가 평창동에 위치한 미음 프로젝트스페이스에서 열린다.
 
근대 도시는 철근과 콘크리트로 조직화한 고체 구성체다. 직선과 효율성이 이 공간을 지배한다. 도시의 집약성은 인구뿐 아니라 생산력과 시장성을 극대화한 산물이다. 
인간의 삶은 파편화한 채 거기에 종속된다. 귀향이나 향수 따위는 거처할 자리가 없다. 사람들은 한 데 몰려 살지만 자기 땅에서 정처 없이 떠돌 뿐이다.
물질사회 도시민들은 인류사에 없던 거대한 익명의 실향민들인 것이다.
 
이 실재하는 도시와 향수 어린 기억의 도시 사이에 서성거리는 도시가 ‘액체도시’다. 
‘액체도시’는 그림이나 문자로 표현될 때 비로소 성립한다. 이 도시는 고형이 아니라 유동하는 도시다. 유동을 지배하는 건 불안정성이다.
 
화면 속 도시 이미지는 거듭 중첩된 채 표류하고, 또 집합하고 있다. 이는 인천에서 독일 라이프찌히로 이동하며 작가가 살아온 삶의 노정과 무관해보이지 않는다. 
이미지는 저마다 고립된 듯하면서 다른 이미지들과 어울려 어디론가 행진하고 있다. 방향은 알 수 없다. 이것이 유동성이다. 형체는 일그러지고, 납작하게 기고 있거나 부유하면서 색색이 끓어오르고 있다.
 
작가는 이처럼 물질사회 공간을 유랑하는 시민들 내면에서 꿈틀거리고 있는 도시를 눅진하게 그림으로 기록하고 있다. 인물들은 그 틈바구니에서 다분히 그로테스크한 형상으로 출몰한다. 
‘액체도시’ 군상들이다. 그 얼굴들은 태어난 곳은 있지만 고향이 아니고, 고향이 있어도 고향이 없는 존재들이다. 임영주 작업은 귀환처도, 향수마저 부재하는 거대 도시에 대한 자화상이다.
 
독일 신표현주의 회화의 거장 지그하르트 길레(Sighard Gille)의 유일한 한국인 제자로서 회화의 기반을 다지고 독일을 중심으로 꾸준히 활동해온 임영주 작가는 라이프찌히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작품을 한국에 처음 소개한다.
 
전시는 3월 24일부터 5월 6일까지 미음 프로젝트스페이스에서 진행되며, 4월 20일부터 23일까지 신한카드가 주최하는 더프리뷰성수 아트페어 A15 부스(미음 프로젝트스페이스)에서도 작품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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