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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의 공연을 위한 무대 ‘서치라이트’
윤성환 기자  |  ysh@woman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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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3.11  16:5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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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재단(대표이사 김종휘) 남산예술센터는 19일(화)부터 29일(금)까지 8일 간 아직 미완성인 공연의 제작 과정을 공유하는 <서치라이트>를 선보인다.
<서치라이트>는 지난해 12월부터 한 달간 공모를 진행했으며, 접수된 총 75편의 작품 중 최종 8편이 선정됐다. 올해 남산예술센터가 소개하는 작품은 희곡 낭독공연 3편, 쇼케이스 3편, 리서치 2편이다.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8일간 매일 다른 작품이 관객을 만난다.
<서치라이트>는 완성된 희곡을 무대에서 완벽하게 선보이는 보통의 작품 발표 형식과 다르다. 작품의 아이디어를 찾는 리서치부터 리딩과 무대화 과정에 이르기까지, 창작 과정의 모든 단계를 관객과 공유한다. 미완성된 공연과 창작자들의 아이디어는 쇼케이스와 공개 토론, 워크숍, 낭독공연 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무대에 오른다. 관객과 예술가, 기획자들은 시연된 작품들이 정식 공연이 될 수 있도록 함께 발전 가능성을 찾는다.
프로그램 첫날 관객에게 소개되는 작품은 낭독공연 ‘왕서개 이야기(작 김도영, 연출 이준우, 극단 배다, 19일)’다. 남산예술센터의 상시 희곡 투고 시스템 <초고를 부탁해>에서 발굴된 작품이기도 하다. 초고임에도 날카로운 필력과 세밀한 관찰력을 보여주는 극작가 김도영의 창작희곡으로, 작가가 지금까지 꾸준히 고민해온 인간성 회복에 대한 탐구를 역사적 사실과 허구적인 구성을 통해 담아냈다. <못>, <무순 6년> 등 김도영 작가와 여러 번 호흡을 맞춰온 연출가 이준우가 낭독공연 연출을 맡았다. 김은희, 이윤재, 유성주, 이종윤, 박완규, 윤현길 출연에 조명 노명준, 음악 옴브레가 함께한다.
독특한 리서치 형식의 작품도 소개된다. 리서치 ‘구구구절절절하다(작/연출 김은한, 매머드머메이드, 20일)’는 한국의 재담과 민담을 기반으로 새로운 공연예술 형식을 찾아보려는 시도라 할 수 있다. 작가이자 연출 겸 출연자인 김은한은 2015년부터 서울프린지페스티벌, 서교예술실험센터 등에서 짧은 엽편 희곡, 일본의 전통 화술 예술인 라쿠고, 괴담 등 화술 예능 형식의 공연을 해왔다. 모든 과정을 혼자서 꾸려가는 1인프로덕션, 1인극을 지속해온 이력이 있다. 남산예술센터에서 처음 선보이는 1인극으로 중극장 규모의 공연장에서 시도하는 의미 있는 실험이 될 것이다.
쇼케이스 ‘우리, 가난한 사람들(공동창작, 연출 김예나, 스튜디오 나나다시, 21일)’은 몇 년간의 연극 작업을 통해 창작자들이 직접 체험한 가난에 대해 질문을 던지면서 출발했다. 관객들과 게임과 토론을 하며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관객참여형 렉처 퍼포먼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도스토옙스키와 막심 고리키의 소설‘가난한 사람들’과 윤동주의 시‘투르게네프의 언덕’ 등을 원전 텍스트로 삼고, 배우들의 자전적 이야기와 다큐멘터리 자료 등을 교차 편집해 지금 시대에서 말하는 가난의 개념과 정의에 대해 생각해본다.
낭독공연 ‘영자씨의 시발택시(작/연출 박주영, 창작집단 기지, 22일)’는 지난해 삼일로창고극장에서 진행된 <창고개방> ‘창고대방출X자큰북스 리딩파티’에서 시작된 작품이다. 배우 출신의 신진 연출가 박주영이 처음으로 쓴 희곡으로, 완성도 높은 텍스트와 맛깔 나는 부산 사투리로 주목받았다. 작가는 평범한 여성 택시 운전사라는 소재를 발굴해 ‘누구 엄마’도 ‘누구 아내’도 아닌 ‘영자씨’의 이야기를 낭독공연으로 소개한다. 이번 <서치라이트>에서의 시연을 통해 개인의 서사에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시대를 아우를 수 있는 가능성을 관객과 함께 탐색하고자 한다.
리서치 ‘코끼리는 생각하지마(작/연출 김민주, 26일)’는 이제 막 연극을 시작하는 작가 겸 연출가 김민주의 첫 번째 작품이다. 심사 당시 ‘서로 다르게 보이는 이야기들을 코끼리라는 소재 하나만으로 이어 붙이면서도 조화를 이루도록 구성하는 방식이 흥미롭다’는 평을 받았다. 코끼리와 관련된 기존의 우화나 문학 작품들을 리서치해 ‘코끼리아저씨와 고래아가씨의 결혼탐구서’, ‘알을 낳는 코끼리(삼인성호)’,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법’ 등 작가의 독특한 발상과 관점의 흐름으로 새로운 무대 양식을 만들어낼 예정이다.
쇼케이스 ‘아무튼 살아남기 : 여캐가 맞이하는 엔딩에 대하여(공동구성, 작 도은, 연출 프로젝트 고도, 27일)’는 다수의 게임이 남성 중심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만들어진다는 점에 착안했다. 이제껏 연극에서 타자화 되어왔던 여성들의 목소리를 미연시(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끌어와 현실 속 ‘여성으로서 살아남기’를 잇는 접점을 탐구한다. 연출가 고유빈과 극작가 도은으로 구성된 프로젝트 고도는 <사라져, 사라지지마>, 두산아트랩 <아빠 안영호 죽이기> 등을 선보였다. 이번 쇼케이스에서도 여성 서사 창작극의 무대화를 위해 다양한 여성 서사를 찾아가고자 한다.
낭독공연 ‘생존 3부작(작 윤지영, 연출 박지호, 극단 꿈의동지, 28일)’은 인간 실존 문제에 천착해온 중견 극작가 윤지영의 신작이다. 세 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희곡에서는 자신의 삶을 위해 타인을 해하는 자, 모략을 일삼다 죽음을 맞이하는 자, 홍수로 인해 스스로의 의미를 깨닫는 자들이 등장한다. 재난을 통해 인물들의 껍질이 벗겨지면 관객들은 그 실체를 목격하게 된다. <당신은 어느 별에서 왔소>, <혜화>, <이야기:사랑>, <더스토리>를 연출한 극단 꿈의동지의 대표이자 배우 겸 연출가인 박지호가 16명의 배우들과 낭독공연을 선보인다. 관객들과 함께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무대화의 가능성을 검증하고자 한다.
프로그램 마지막 날 소개되는 쇼케이스 ‘삼고무(三鼓舞)(연출 이세승, 29일)’는 지난해 12월 ‘방탄소년단도 춘 ‘삼고무’… 누구의 것인가’라는 제목의 뉴스가 보도된 가운데 ‘삼고무’를 원형 그대로 보존하고 알려야 한다는 저작권 보유 측과 고(故) 이매방 춤의 사유화를 반대하는 주장들 사이에서 일어난 첨예한 갈등에서 출발했다. 안무가 이세승은 전통, 창작, 저작권을 주제로 삼고무 저작권 등록 퍼포먼스를 창작했다. 고(故) 이매방의 삼고무 논란을 넘어 예술의 저작권과 전통의 현대화에 대한 고민을 설득력 있게 풀어내며 관객들과 심도 있는 토론을 하고자 한다.
<서치라이트>는 남산예술센터가 2017년부터 시작해 3년째 진행 중인 프로그램이다. 2017년 <서치라이트>에서 쇼케이스와 공개토론 형식으로 소개된 창작집단 극과이것의 <마지막 황군>(작/연출 강훈구)은 이후 서울시 서울청년예술단 사업의 지원을 받아 2018년 12월 성북문화재단 복합문화공간 미인도에서 정식 공연되었다. <서치라이트>는 신작을 준비하는 개인 혹은 단체라면 장르나 형식, 나이에 제한 없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선정된 작품에는 극장과 무대기술, 부대 장비, 연습실 등을 비롯해 소정의 제작비가 지원된다.
<서치라이트>에 참여하는 공연은 남산예술센터 누리집를 통해 무료로 예매 가능하다. 평일 19시 30분, 중학생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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