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문화는 2018년 첫 전시로 2월23일부터 3월20일까지 김학량, 정재호의 2인전 <자화상>을 연다. 두 작가는 2007년 <채널>이란 이름으로 2인전을 함께 했다. 전시 제목 <자화상>은 <채널>전 당시, 잠수함의 세부를 그렸던 김학량의 작품에서 가져 온 것이다. <자화상>은 11년의 시차를 통해 작가들이 고민했던 미술의 비전과 담론, 특히 동양화의 여러 주제들을 다시 보는 계기가 된다.
 
2007년에 두 작가는 해협, 수로, 액체가 흐르는 관, 사상의 방향, 정보 흐름의 통로 등의 의미로 쓰이는 ‘채널(channel)’이라는 개념을 전시의 화두로 했다. 김학량과 정재호는 각각 잠수함과 항공기를 주제로 기계들의 유기적 연결로서 삶과 사회의 관계를 은유하면서, 지필묵 형식을 광범위하게 다루었다. 그 연장으로도 볼 수 있는 이번 전시에서는, 폐기되거나 박제된 구조물과 그들을 둘러싼 풍경이 강조되어 있다. 김학량은, 1996년 강릉 앞바다에 좌초된 이래 ‘국민 안보의식 고취’용으로 전시되고 있는 북한 잠수함의 세부를 묘사하고 촬영한다. 정재호는 14년째 사용하고 있는 작업실이 위치한 도시의 변두리 동네, 성석동의 다양한 풍경을 담담하게 그린다. 작가들은 우리 시대 주변의 모습들을 ‘자화상’으로서 다시 보게 한다. 그리고 쉽게 말하기 힘든 삶의 여러 조건과 관계, 그 사이에서 흘러가는 시간에 대한 감각을 불러일으킨다.
 
2007년과 현재, <채널>과 <자화상> 사이에서 변화한(또는 불변한) 것은 과연 무엇일까. 이번 전시가 두 번째 2인전인 만큼 김학량과 정재호 각자의 행보와 더불어, 함께 할 때의 의미가 어떻게 갈라지고 만나는지 살펴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이 전시는 또 지난해 연말 산수문화에서 있었던 청년 동양화가들의 전시 <바람을 거스르는 물고기>에 이어지기도 한다. 세대를 넘은 동시대 미술이 공유하는 보편적인 언어와, 그 안에서 차별화되는 동양화(또는 지필묵 그림)의 영향, 그리고 그 문화적 가치에 대해서도 질문해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