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자연에서 태어나서 자연으로 돌아간다. 그렇게 생성되고 소멸되기를 반복한다. 거친 척박한 하루 하루에 지쳐 한계점, 벼랑 끝에 다다르는 순간 하늘을 올려다본다. 그 순간 어느새 마음의 중심에 잔잔한 파도가 밀려 들어온다. 뜨겁고도 가벼운 자유의 힘이 피어 오르며 내려놓음에 의한 맡김의 가지치기가 시작된다. 그것은 단순한 것 같기도 하나 필사적인 경주와도 같고 아름답고 신비로운 세계의 첫 발걸음의 들어섬이기도 하다. 놀랍도록 가벼운 깃털과 같은 깊은 호흡의 날갯짓을 배워 간다. 모든 고통을 짊어지고 가는 것이 아닌 맡김에 책갈피를 한 장 한 장 넘긴다. 그 이야기의 수분을 마음의 밭이 흡수하며 함께 걷고 날아오르며 하나가 되어간다. 단 하나의 사랑 그 비상의 이야기를 그려간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그리는 과정을 지나고 나면 자아중심의 시각표현으로 흐른다. 통찰적 시각 경험에서 오는 지각대상과 원리적 개념 대상을 통합 재해석하여 단 하나의 비정형적인 형상을 가장 단순한 상징으로 가시화 시킨다. 내 마음에 던지듯 서정적 추상적 풍경 하늘과 대지. 바다 위에 그 대상을 띄워 놓는다.

단색화 된 풍경엔 수직 수평으로 캔버스를 조절하며 색을 수 차례의 덧바르고 뿌리고 흘리며 흡수시키는 과정이 있다. 그것은 마치 수행의 과정 같기도 하다. 그 안에서 그림의 화려함을 추구하기 보다 정신에 집중하여 빛의 세계를 은유적으로 드러내고자 한다. 여기서 대지는 ‘mother nature’ 어머니의 자연이다. 대지는 가장 낮은 곳이기도 하나 새로운 생명체가 탄생되는 곳이다. 고된 싸움을 하면서도 무언가를 만들어 가려는 갈망, 퇴색 된 일상에서 아무것도 아니라고 하찮게 생각했던 대상에서 숭고한 빛을 발견했을 때의 기쁨을 나누려는 일종의 사명이기도 하다

정유진 개인전이 4월18일부터 30일까지 서울 갤러리 자인제노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