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라>로 전 세계를 충격에 빠트리며 ‘사이버 펑크’라는 신 장르를 개척한 오토모 카츠히로 감독이 총감독을 맡고 오카무라 텐사이, 모리모토 코지 등 일본을 대표하는 애니메이션 감독들이 참여한, 옴니버스 애니메이션 <메모리즈>가 국내 개봉을 앞두고 ‘저패니메이션의 본좌’로서의 새로운 부활을 예고하고 있다.

1995년에 만들어진 일본 SF 애니메이션의 고전, <메모리즈>는17년 만에 국내 정식으로 개봉하게 되어 그 의미가 더욱 남다르며, 애니메이션 팬들을 흥분케 하고 있다.

<메모리즈>는 제1회 부산국제영화제와 제7회 메가박스 일본영화제를 통해 관객들에게 잠깐 선보인 이후, 국내 정식 개봉은 최초다. <메모리즈>의 수입사 에이원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영화제 때 잠시 소개된 이후에 국내 팬들의 끊임없는 관심에 스크린 상영을 결정하게 됐다. 더불어 그 동안의 애니메이션 개봉작들이 주로 가족중심의 취향을 반영해왔다면, <메모리즈>는 미래사회에 대한 기발한 상상력이 더해진 일본 애니메이션의 걸작인 만큼, 스크린 상영을 통해 SF의 고전을 다시금 알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신조어 ‘저패니메이션’, ‘사이버펑크’, ‘메카닉’ 등 애니메이션 팬들에게 새로운 바람이 다시 불고 있다. ‘저패니메이션’은 Japan(일본)과 Animation(만화)의 합성어로서 일본이 만든 애니메이션을 일컫는다. ‘사이버펑크’(cyberpunk)는 과학기술의 발달에 따른 사회적 병폐, 부조리, 계급 갈등 등을 소재로 다룬다.

<메모리즈> 극 중에서는 사이버펑크적인 요소들을 보다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평범한 주인공이 생화학 병기가 되는 이야기 <최취병기>를 통해 극비리에 개발된 ‘대량살상무기’라는 소재를 재치 넘치게 보여주고, <그녀의 추억>에서는 기계 문명을 이용해 만든 가상세계가 결국 인간을 파괴하는 상황, <대포도시>에서는 대포로 이루어진 획일화된 도시의 어느 일상을 보여준다. <메모리즈>는 과학기술 속에서 소외되는 인간의 삶을 마냥 무겁게 만은 다루지 않으며, 기이하고 재기 발랄하면서도 그 속에 진지한 물음을 놓치지 않는다.

또한 세기말적 상상력의 대가, 오토모 카츠히로 감독의 독특한 작화, 장대한 스케일, 짜임새 있는 스토리로 애니메이션 걸작의 정점을 보여준다.

세 편의 다채로운 옴니버스 <메모리즈>는 오는 12월 13일 저패니메이션의 전설적인 신화를 이어가며,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역사를 다시 써내려 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