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 21일 국회 ‘저출산 고령화 대책 특별위원회’가 열렸습니다. 이 자리에서 정부의 저출산 대책을 놓고 주무부처 장관에 대한 질타가 있었습니다. 15조가 넘는 예산을 투입하고도 효과가 미미하다는 게 요지였습니다. 의원께서는 그 이유가 뭐라고 판단하시는지요?

저출산 현상은 우리 사회의 총체적인 위기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반드시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우리 사회에서 아이를 갖기로 결정하기 까지는 여러 요인들이 작용합니다.

국내외 경제 불황, 고용 불안정, 주거비 상승, 청년 실업, 사교육비 증가, 맞벌이 갈등 등 총체적 불안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사회 양극화와 불평등에 극심하게 노출되면서 이것이 자녀세대로 고스란히 대물림될까 하는 불안도 섣부르게 출산을 결정하지 못하도록 만듭니다.

그런데 정부의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계획은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대책들이 상호보완적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 기존 대책들을 부처별로 나열해 예산을 나누는 수준입니다.

 목표 달성과 효율성에 대해서도 많은 지적이 있었습니다. 2006년 이후 거의 10년에 걸쳐 약 120조 이상의 예산을 투입해 시행한 저출산 극복을 위한 정책들이 별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데, 반성과 성찰은 물론 제대로 된 평가가 없습니다. 이것은 3차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계획 시행을 앞둔 시점에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저는 특위에서 지난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계획의 효과에 대한 충실한 자료 제출(각 부처 과제에 대한 연도별 성과평가 척도, 평가 결과, 연도별 예산 투입 대비 집행결과 등), 그리고 평가 시스템 정비에 대해 요구했습니다.

 효과가 미미한 이유는 무엇보다,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추진함에 있어 컨트롤 타워가 제대로작동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이 부분의 해결이 시급합니다.

우리나라 저출산고령화 문제의 컨트롤 타워는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입니다. 대통령 직속이긴 하지만, 제대로 된 추진 단위가 명확하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위원회는 대통령의 의지가 중요합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처음 만들었습니다. 2000년대 들어 출산율 문제가 심각해지고 인구감소와 고령화에 따른 국민연금 고갈논란까지 겹치면서 저출산 문제가 공론화되기 시작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출산율 수치에 연연하지 말자. 결혼을 안 하고 애를 안 낳는 건 인간 기본권 문제인데 그 원인을 치료해줘야지 결과만 보면 안 된다’는 강한 의지로 2005년 대통령 소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출범됐고, 이를 지원하기 위해 보건복지부에 저출산고령사회본부도 만들어졌습니다. 본부장은 기획재정부 출신 1급 공무원이 맡고, 각 팀의 과장은 기재부·산업자원부·노동부·행정자치부에서 파견되는 등, 복지부·노동부·산자부·기재부 등 12개 부처 공무원과 민간 전문가 등 40여 명의 상설 조직이었습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인 2008년 대통령 소속에서 복지부 장관 소속으로 격하됐습니다. 다행히 2013년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 대통령 직속으로 돌아왔지만 사무국은 부활하지 않고 있습니다.

때문에 현재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보건복지부가 간사부처가 돼 지원하고 있습니다만, 복지부 인구정책과와 출산정책과 14명의 직원이 이 일을 맡고 있으니 원활하게 돌아가기 힘듭니다. 지난해 12월 관련 부처의 대책을 취합해 만든 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2016~2020년)의 대책기획 인력은 인구정책과장과 서기관 2명, 주무관 2명이 전부였습니다.

심지어 보건복지부 장관은 복지부가 그런 역할을 맡고 있는지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저출산고령화대책 특별위원회에서, 새누리당 장제원 간사님의 “저출산문제의 컨트롤타워가 보건복지부냐?”는 질의에,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무조정실이라고 잘못 답변했다가 뒤늦게 복지부가 총괄 조정 역할을 한다고 정정 발언했습니다.

대통령과 정권의 의지에 따라 저출산 문제가 어떻게 다뤄지는지 알 수 있는 사례들입니다.

효과가 낮은 이유를 한 가지 더 지적하자면, 예산 부족을 들 수 있습니다. 예산이 많이 증가 하긴 했지만, 여전히 절대적으로 적습니다.

2012년 기준, GDP 대비 가족에 대한 지출은 OECD 평균이 2.2%이고, 프랑스가 2.9%, 스웨덴이 3.6%입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1.2%에 불과합니다. 외국의 사례를 보아도 저출산과 관련된 정책은 막대한 재정투자가 이루어져야 그 효과가 나타났음을 알 수 있습니다. 프랑스와 스웨덴 정도의 출산율을 원한다면 기본 전제는 적어도 스웨덴과 프랑스만큼 저출산 극복을 위한 지출을 수반해야 합니다.

그런데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책자를 보면, 전체 207페이지 중 재원 조달 방안은 딱 한 페이지밖에 없습니다. 돈을 안들이고, 혹은 재원 마련 대책을 세우지 않고는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의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2. 특위를 구성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그러나 정부의 저출산 대책은 여전히 임신휴가, 육아휴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치우쳐 있는 점이 아쉽습니다. 현재 대책이 인간의 생애주기를 놓고 볼 때, ‘영·유아’ 시기에 방점이 찍혀있는 셈인데요. 그런데 <우먼데일리>가 조사해보니 학부모들은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즈음 직장문제를 가장 많이 고민했다고 합니다. 심지어 “초등교육도 보육시설처럼 아침부터 저녁까지 국가가 책임을 져 줘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는데요. 저출산 대책의 적용범위가 지금보다 확대돼야 한다는 주장, 어떻게 보십니까?

보육과 교육은 출산율 저하의 직접적 원인입니다. 미혼 남녀 26.7%가 결혼도 하기 전에 사교육비 때문에 출산이 부담된다고 답했고, 가임력이 높은 20~34세 배우자가 있는 여성의 출산 중단의 원인은 자녀양육비 부담이 24.3%, 자녀교육비 부담이 22.3%에 달했습니다.

때문에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아이를 낳으면 보육은 물론 초등교육도 국가가 전적으로 책임진다는 확신을 주어야 합니다. 토목과 건축, 부동산으로 향하는 돈을 보육과 초등교육을 포함한 교육분야로 대폭 돌려야 합니다. 2013년 국회예산정책처 자료에 따르면 정부가 똑같은 10억원을 교육복지 분야에 지출하면 16.85명의 일자리를 창출하지만, 건설 분야에 지출하면 13.17명에 그친다고 합니다. 또 2000년대 교육복지보건 사업부문 총지출의 경제성장 기여율이 8.2%인 반면 건설업 기여율은 4%였습니다. 보육과 교육을 위한 복지 지출이 저출산 대책을 넘어 고용 증대와 경제 선순환으로 이어진다는 증거입니다.

지적하신대로, 저출산 예산이 무상보육에 치우쳐있다는 비판도 있어왔습니다. 무상보육, 국공립어린이집 확대 등 보육 공공성 대책과 함께 수혜 대상을 넓혀 아동수당 지급, 고교 의무교육, 대학평준화, 반값등록금 등 할 수 있는 모든 정책이 시급히 검토돼야 합니다.

  특히, 초등교육도 보육시설처럼 아침부터 저녁까지 국가가 책임을 져 줘야 한다는 말씀에 대해 동의하며, 이를 위해 방과 후 돌봄 확대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방과 후 자녀들의 교육과 보호를 위해 중･고등학교 자녀보다 사교육에 더 많이 의존하고 있습니다. 통계청의 2012년도 사교육비 조사결과에 의하면, 사교육 참여율은 초등학생 참여율이 80.9%로 가장 높고, 중학생이 70.6% 고등학생이 50.7%이었습니다. 방과 후에 초등학생 자녀를 보호할 곳이 마땅치 않아 여성의 안정적 취업이 어렵고 이는 여성인력의 개발 및 활용, 보다 안정적인 가정경제 구축, 자녀 출산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맞벌이 가정, 저소득층 가정, 한부모 가정 등이 지속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부모가 귀가할 때까지 방치되는 학생들을 안전하고 교육적인 장소에서 보호하고, 질 높은 돌봄 프로그램을 제공할 필요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습니다.

때문에 교육부에서 2011년에는 1,000개, 2012년에는 1,700개, 2013년에는 2,000개의 온종일 돌봄교실을 운영 중이지만,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3. 저출산 문제는 ‘해결’보다 ‘어떻게 적응하느냐’의 문제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물론 지나친 비관론은 지양되어야겠으나 저출산으로 학생 숫자가 줄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여기서도 문제는 학생 숫자는 줄어드는데, 아이러니하게 취학자녀를 둔 부모들의 양육부담은 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일·가정양립이 힘들다는 푸념이 여기저기서 나옵니다. ‘일·가정양립의 부담이 ‘저출산 현상’을 낳고, 출산이 일·가정양립의 부담을 가중시킨다’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악순환의 고리, 어떻게 잘라내야 한다고 보십니까?

출산율 제고를 위해서는 여성 고용을 높이기 위해 보육 시스템을 재설정하고, 임금 및 고용 안정성에 있어서의 격차를 해소시키는 등 일가정 양립 정책이 필수적입니다. 여성의 고용불안, 사회안전망 부재를 그대로 둔다면 출산 기피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2015년 여성의 고용율은 49.9%로 50%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게다가 여성 취업자의 47.7%는 비정규직이고, 임금은 남성에 비해 62.8%밖에 받지 못합니다. 또, 여성 임금근로자의 국민연금 가입율은 62.3%, 건강보험은 64.6%, 고용보험은 62.5%에 불과합니다. 일을 하고 있지만 사회보험 안전망이 없는 여성이 35%가 넘는다는 얘깁니다. 여성 자신의 오늘과 내일이 불투명한데, 어떻게 결혼과 출산을 계획할 수 있겠습니까. 여성의 정규직 취업 확대, 여성 비정규직의 사회적 안전망 확대가 시급합니다.

 스웨덴의 경우 보편적 복지 정책에 기반한 여성의 경제활동 지원 강화로 저출산 위기를 극복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출산 예정 60일전부터 480일 간 출산 휴가를 쓸 수 있도록 했고 쌍둥이를 낳으면 여기에 180일의 휴가가 더 추가됩니다. 이 기간 동안 월평균소득의 80%를 지급받게 됩니다. 12세 이하의 아이가 아프면 1년에 60일 한도로 120일의 간병휴가(평균소득 77%의 간병급여 수령) 사용도 가능합니다. 출산 후 30개월 이내에 아이를 또 낳으면 아기를 출산했을 때 받은 만큼의 육아휴직 급여가 그대로 보장되는 '스피드 프리미엄(speed premium)'을 실시해, 여성의 출산간격을 줄이는 제도도 시행중입니다.  

4. 학교에서 학생이 줄면 ‘학생 1인당 교사 숫자’는 늘어납니다. 학부모들의 양육부담을 줄이기 위한 대안을 모색하는 데 ‘초등교사의 포화상태’에 착안해보는 건 어떻습니까? 교사들의 역할부담이 상대적으로 줄었으니 이들을 활용해 아이들이 학교에 머무는 시간을 늘리는 겁니다. 많은 교원들이 필요할 수 있어 비용부담이 예상되고, 반발도 예상되지만 학부모들은 안심하고 사회활동을 이어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학생이 감소해 교사 1인당 학생 수가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OECD 국가에 비해 많습니다. 2012년 한국의 교원 1인당 학생 수는 초등학교 18.0명, 중학교 18.0명, 고등학교 15.0명으로, OECD 국가 평균인 15.0명, 14.0명, 14.0명에 미달하는 수준입니다. 학급당 학생 수도 우리나라는 초등학교 25.0명, 중학교 33.0명으로, OECD 국가 평균인 21.0명, 24.0명에 비해 많습니다.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012년 대선 후보 시절 “교사가 담당하는 학생 수가 많으면 학생 한명 한명의 꿈과 끼에 맞는 교육을 하기 어렵다”면서 “신규교사 채용을 확대하여 학급당 학생 수를 2017년까지 OECD 수준에 이르도록 하겠다”고 공약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정부여당은 이제 와서 누리과정 예산을 가지고 시도교육청을 압박하면서, ‘학생 수가 계속 줄어들고 있는데 거기에 비례해서 교육예산도 줄어드는 것이 맞지 않느냐’는 주장만 계속하고 있습니다.

교육재정의 규모는 교육활동의 범위와 내용 및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이고, 박근혜 대통령이 공약한 바 있는 고등학교 무상교육이 실시될 경우 추가적인 재정소요도 예상됩니다. 기초생활수급자, 한부모 가정, 다문화 가정, 북한이탈주민가정, 학교부적응 학생 등 추가적인 교육프로그램이나 재정지원이 필요한 취약계층 학생의 비율도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요구대로 시도교육청이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할 경우 이 같은 사업들을 추진하기 어려워 교육환경의 질이 낮아질 우려가 있습니다.

 한편 질문하신 바와 같이 학부모들이 안심하고 사회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방안으로 초등학교 방과 후 돌봄은 매우 중요합니다. 다만 교사의 역할 부담이 줄었다는 관점 보다 앞서 설명 드린 것처럼 당연히 확대해야 하는 교육 정책으로서 별도의 재원을 투입해 접근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