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중음악계를 통틀어, 오랜 시간 동안 자신의 소리를 꾸준히 변화시키며 현재진행형으로 노래하고 있는 가수는 몇이나 될까? 소리를 변화시킨다는 것은, 단지 연습이나 무대경험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지나온 시간들이 모여 그려내는 역사라는 것을 확연히 느낄 수 있게 하는 가수가 바로 한영애이다. 그녀가 신보 발매를 앞두고, 팬들에게는 가뭄의 단비와도 같을 ‘절판된 음반’ 두 장 - 라이브 실황 음반 [아.우.성]과 4집 [불어오라 바람아]를 오는 8월 6일, 동시에 재발매 한다.  

많은 팬들은 자신이 사랑하는 가수의 음악, 그 과거와 현재를 사랑한다. 하지만 그와 더불어 미래를 가장 궁금해하고, 또 응원하게 마련이다. 한 가수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이어주는 중요한 요소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바로 자신의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교감일 것이다. 한영애의 팬들이, 오랜만의 신보 발매에 앞서 강력히 다시 듣고 싶어하는 음반 두 장은, 바로 지금은 절판된 라이브 실황 음반 [아.우.성]과 4집 [불어오라 바람아] 였다.  

라이브 실황 음반 [아.우.성]  

[아.우.성]은 1993년 1월 31일, 63빌딩 국제회의장에서 열렸던 아.우.성 라이브의 실황으로, 재발매에 대한 팬들의 끊임없는 문의와 요청이 빗발쳐왔던 음반이다.

“노래하는 내가(我) 친구인 대중과(友)어우러져 한판의 잘 연기된 음악과 소리(聲)의 '아우성'으로 하나되어 흐트러질 때 살아있음을 느끼게 되는 것”이라는 한영애의 작명의도가 무색하지 않게, 이 음반에는 ‘콘서트 현장’의 무대와 객석이 주고 받는 생생한 에너지가 그대로 담겨져 있다. 다시는 만나볼 수 없는 그 때의 시간, 그 때의 소리와 에너지를 듣는 이의 현재로 생생하게 불러내어 줄 음반 [아.우.성]은 당시 라이브의 울림을 최고의 상태로 만끽하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2CD로 구성된 [아.우.성]에는 ‘달’, ‘바라본다’, ‘건널 수 없는 강’, ‘말도 안 돼’, ‘코뿔소’, ‘루씰’, ‘누구 없소’, ‘조율’, ‘여울목’ 등 주옥 같은 한영애의 노래들이 다양하게 수록되어 있다. 

4집 [불어오라 바람아] 

가수 한영애를 ‘아티스트 한영애’의 반열로 뛰어오르게 한 음반. 그녀의 인생이 결집된 듯한 내면의 이야기, 그 성숙한 성찰의 비망록이라 할 수 있는 4집 [불어오라 바람아] 역시 많은 팬들의 요청으로, 발매된 지 10년만에 새롭게 디자인되어 다시 모습을 드러내게 되었다. 이병우의 서정성이 흠뻑 담긴 곡들, 송홍섭의 얼터너티브 록, 그리고 김광민, 정원영의 재즈가 한데 녹아있는 [불어오라 바람아]는 ‘록, 포크, 블루스, 펑크’ 등 다양한 장르를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곡들이 한영애의 보컬이기에 하나의 장르로 규정지어질 수만은 없는, 그녀만의 독특한 음악세계가 집약된 수작이다.  

'누구없소’와 ‘말도 안돼’의 스타일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더욱 분명해진 자아의 성숙함을 느낄 수 있는 '불어오라 바람아'는 수려한 이병우의 멜로디와 삶을 바라보는 한영애의 따뜻한 시선이 더해져 특유의 서정성이 배가된 곡이다. 또 이정선의 포크적인 멜로디와, 송홍섭의 얼터너티브한 편곡, 정원영의 재즈 피아노가 한데 어우러진 '너의 이름', 시공간을 초월하는 듯 회한에 젖은 한영애의 보컬이 절대적인 '상사꽃', 국악의 차용을 한층 강화해 불교적 색채를 심오하게 표현한 ‘감사의 시간’ 등의 수록곡은 ‘보컬로 정상에 오른 한 가수가 어떻게 거듭나고 변화하는가’를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다. 그 외 ‘창밖에 서있는 너는 누구’, ‘돌아오지 못한 사람’도 빼놓을 수 없는 명곡들이다.  

“인생이란, 나무를 바라보면서 새로운 오늘을 꿈꾸는 것”(‘불어오라 바람아’)이라고 노래해주는 과거 그녀의 소리는 묘하게도 지금 이 순간, 오늘을 함께 살아내고 나이 들어가는 현재의 우리에게 당시보다 더욱 큰 위로가 되어주는 듯 하다. 아무렇지 않게, 문득 우리의 시간을 불러내는 소리의 마녀 한영애. 그녀의 미래에도 우리가 보인다. 곧 또 다른 경지로 대중 앞에 나설 한영애의 새로운 소리가 기대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