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도스는 4월30일부터 5월6일까지 김태연 ‘유미독존도’ 展을 개최한다. 

전통의 형식을 사용하면서 일상의 이면을 재치 있게 그려내는 김태연은 ‘유미독존도’라는 제목으로 신작을 선보인다. 작품들은 전작보다 전통 불화의 형식을 적극적으로 차용하는데, 내부 구성뿐 아니라 외형에서도 종이나 비단에 그림을 그려 족자 형태의 탱화 형식을 사용한다. 이번 연작에서 작가가 주목한 것은 아름다움에 대한 인간의 욕망이다. 그 욕망이란 더 나은 외모를 원하고 이상적인 모습으로 변화하려 하는, ‘성형’으로 귀결되는 현대인들의 욕구이다. 김태연의 작품에는 인위적 방법으로 이국적 외모를 소유하게 된 여인들이 등장한다. 그림 속 등장하는 이들은 커다란 눈, 높아진 콧대, 관능미 넘치는 몸매에 머리를 염색하고, 하이힐을 신고, 화려한 장신구와 옷을 걸친 채 사람들을 내려다본다. 그림 속 거울에서만 나타나는 이들의 수술 전 모습은 생기 없고 주눅 들어있지만 원장님의 손길을 거친 후 이전과는 달라진 외모를 자신감 있게 드러낸다. 여기서 주목해야 하는 점은 이들이 그림에서 차지하는 위치인데 성형외과 의사와 더불어 성형미인들은 그림의 상단 혹은 중앙에 자리 잡고 있다. 이는 전통 불화에서 부처의 위치와 일치, 의사는 성형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신적인 존재로 승격된다. <심판도>에서 의사는 그림의 상단에서 수술 받기 원하는 사람을 내려다보고 그들의 외모를 심판한다. 거울 앞에 선 여인들은 두 손을 모아 원장에게 간절히 애원하고, 의사들은 사람을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존재로 변신시킨다. 이 변신은 말 그대로 새로운 존재로의 거듭남이다. <천상천하 유미독존>에서 보듯 사람들이 성형을 통해 얻는 것은 육체뿐만이 아니라 불화에서 그림의 상단이 상징하는 극락으로의 진입이다. 원장은 인간을 넘어선 존재가 되고 사람들은 그들의 말을 믿고 수술대에 누움으로써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세계에 도달하게 된다. 물론 이 세계에 진입하기 위한 과정은 녹록치 않다. 아픔을 참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얼굴과 몸으로 다시 태어나게 되는 것이다. 작품 속 인물과 상황은 이미 우리 주변에 있다. 작품들은 내부에 잠재되거나 발현되어버린 아름다움에 대한 개인적 욕망, 사람들을 수술대에 올라가게 만드는 사회 현상의 근원을 생각하게 한다. 현대 사회에서 이미지의 힘은 강력하다. 수술을 통해 얻은 외모는 천편일률적이다. 많은 사람들이 개성을 추구한다고 이야기하지만 실은 다른 사람이 인정하는 것, 사회가 요구하는 것에 획일적으로 따라가는 이 세상은 모순 덩어리이다. 이러한 모순과 이중성은 <수월관음도>에서 차용한 <원장보살도>의 성형외과 원장님의 모습에서도 드러나는데 이들은 변신을 돕는다는 이유로 신적인 존재인 척, 현인들이 사유하듯 돌 위에 앉아서 현자인척 하지만 실제로 불필요한 수술을 권유하며 금 목걸이를 두른 채 그들의 부를 축척하고 있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남의 눈을 인식하며 인공적인 미를 갈망하는 중생들이 있다. 작가는 표피적 미에 집착하는 이 시대의 가벼움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전문가에게 육체를 맡기고 인생역전을 꿈꾸며 극락으로 가길 원하는 중생들의 얕은 사유에 대해 한탄한다. 아름다움에 대한 이 시대의 욕망은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보이는 것이 전부가 되어버린 세상에서 김태연은 잠시 우리의 시선을 환기시킨다. 다행히 작가가 제시하는 모습은 심각하지 않다. 전통적 요소에 작가가 면밀하게 관찰한 일상의 모습을 결합한 작품은 마치 거울과 같이 이 사회를 비추며 우리에게 말을 건넨다. 그리고 이 욕망의 발현을 잠시 멈추고 주변을 바라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