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영한국문화원(원장 김갑수)은  2014년 1월 18일까지, 신미경 작가의 개인전 <Unfixed>를 개최한다. 문화원은 지난 5년 동안 역량 있는 한인 작가를 발굴하고 이들의 지속적인 성장 저변을 지원하기 위한 연례 그룹전을 개최해왔으며, 6회째를 맞이하여 한 작가의 작품 세계를 더욱 집중적으로 조명하고자 올해 첫 개인전을 시도했다. 본 전시에는 영국 버밍험의 이콘(IKON) 갤러리 관장을 역임하고 있는 조나단 왓킨스가 특별히 큐레이팅에 참여하여 기마상 프로젝트, 화장실 프로젝트, 도자기 시리즈, 고스트 시리즈 등 최근의 신작까지 총망라하며 약 100여점의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신미경은 특정 문화를 대표하는 역사적 유물과 예술품을 ‘비누’라는 독특한 소재를 사용하여 재현한다. 15년 전, 작가는 유럽으로 이주한 후, 본래의 맥락에서 강제로 이탈된 채 박물관에 놓여있는 파르테논 신전의 조각상에서 영감을 받아, 문맥의 간극과 문화적 번역을 주제를 탐구해왔다. 동서양의 고전을 베끼고 본뜨는 복제 과정을 통해 면밀하게 복제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원작이 지닌 문화적 의미를 작품에 담을 수 없으며, 그 ‘어긋남(slippage)’과 ‘뷸일치’가 바로 작가가 화두로 삼는 ‘번역’이다. 정교한 작업과 일상적이고 덧없는 비누 소재 사이의 괴리는 기존 조각이 갖는 정통성과 권위에 도전하며, 고급미술과 문화간의 번역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비누 향을 따라 전시장에 들어서면 16세기부터 서구 시장을 목적으로 생산된 중국풍 수출용 도자기들이 나무 크레이트 위에 놓여져 있다. ‘번역-도자기 시리즈(1995~현재)’로, 타문화에 대한 이해와 환상을 생성했던 주체를 현대미술의 영역으로 도입하여 문화간 이동을 거치며 발생하는 번역 과정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작품으로써, 문화적 헤게모니에 대한 이슈를 다루는 동시에 나무 크레이트는 탈장소(dislocation)와 이동을 강조한다.  

‘번역- 고스트 시리즈(2007~현재)‘는 색유리병처럼 보이는 반투명 비누 도자기 한데 모은 것이다. 표면의 장식적 요소는 배제한 채 원본의 형태만 남기며 다양한 색과 모양, 크기의 향연은 복제와 변형의 무한한 가능성을 강조한다.  

무엇보다도 이번 전시를 위해 지난 7월부터 10월까지 영국 최남단의 세인트 아이브스의 ‘리치 포터리(Leach Pottery)’에서 에딘버러의 ‘스코틀랜드 국립근현대미술관(Scottish National Gallery of Modern Art)’, 글라스고의 ‘현대미술센터(Centre for Contemporary Arts)'에 이르기까지 영국 내 15개 도시 16개 주요미술관과의 협업으로, 영국 전역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진행되었던 ’화장실 프로젝트 (2004~현재)‘ 의 작품들을 다시 모았다. 각 기관의 공공화장실에 전시되었던 고대 불상과 그리스 조각의 비누는 일부 분실되기도 하고, 반대에 부딪혀 일찍 철수되기도 하였지만, 관객의 참여로 제각각 닳아진 비누조각은 ‘유물’이 되어 다시 전시공간으로 들어왔다.  

조각 뿐만 아니라, 전시장에는 컴버랜드 공작 기마상의 ‘실시간’ 풍화과정을 보여주는 2채널 비디오 작품이 설치되어 있다. 최근 공공예술 프로젝트로 진행된 ‘비누로 새기다: 좌대 프로젝트(2012~현재)’는 런던 카벤디쉬 광장 석좌대에 1770년부터 1868년까지 자리하고 있던 기마상 조각을 비누로 복원한 것으로, 런던에서는 2012년 여름부터, 서울에서는 2013년 7월부터 풍화되고 있는 기마상의 모습이 병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