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은 자동혈압계가 좋아져서 병원에서도 대부분 기존 수은혈압계가 아닌, 이 기기를 사용합니다. 자동혈압계를 사용해서 혈압을 재다 보면, 종종 이상한 현상이 발생을 하지요. 자동혈압계가 처음에는 위로 쭉 올라갔다가 서서히 내려오면서, 위혈압과 아래혈압의 위치를 찾아내는 과정에서 갑자기 다시 한번 혈압이 위로 올라갑니다.  

이 현상을 경험해 본 분이 꽤 있을 것입니다. 이런 현상을 여러 번 목격한 저는, 처음에는 혈압계가 불량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관찰을 해보니 혈압계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 혈압을 재는 도중에 혈압이 갑자기 올라가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임을 깨닫게 되었지요.  

즉, 혈압을 재는 것이 혈압을 올린다는 사실입니다. 더 흔한 경우는 혈압계 앞에 서면 재기도 전에 이미 혈압이 평소보다 많이 올라가는 것이지요. 혈압을 잴 때에는 몇 분간은 안정한 후에 재라고 하는 것이 그 때문입니다. 

물론, 모든 사람이 다 그런 반응을 보이는 것은 아닙니다. 몸맘이 민감한 사람이 흔히 이런 반응을 보이지요. 그런데, 한두 번 혈압이 높이 측정되는 것을 경험하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혈압재기가 속으로 무서워지기 시작합니다. 또 오를까 봐 이지요. 

이렇게 되면, 내몸맘에 혈압계 → 혈압 상승 → 불안 → 혈압 상승의 악순환이 형성되어, 원래 혈압이 아닌 혈압계 때문에 혈압이 높아지게 됩니다. 이렇게 높아진 혈압에는 혈압약도 잘 듣지 않아 혈압약을 자꾸 증량하게 되지요.  

고혈압은 만성질환이기 때문에 혈압이 안정되면, 자주 잴 필요가 없습니다. 자꾸 재서 확인하려고 하면 할수록, 혈압은 스스로 높아지는 경향을 보이지요. 혈압이 떨어지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한 번에 여러 번 재는 것도 역효과입니다. 

혈압은 1주일에 한번 정도 재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굳이 시점을 따지자면, 내몸이 지치고 스트레스 받을 때의 혈압을 기준으로 삼으면 100세 시대를 준비하는 것이 되지요. 혈압은 언제 어디서나 120/80 이하가 정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