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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서울갤러리] 홍세연초대전 ‘Paradise Regained'
전보연 기자  |  jby@woman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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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6.18  20: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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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서울갤러리에서는 홍세연초대전 ‘Paradise Regained'을 6월19일부터 7월2일까지 연다.
 

야생의 숲에 도도히 앉아 무언가를 응시하는 표범의 고요한 눈빛에서 시원(始原-paradise)을 향한 욕망을 엿본다. 그 욕망은 이글거리는 탐욕이 아니라 깊고 슬픈 그리움으로 표출된다. 밀림의 푸른 잎사귀와 줄기는 휙휙 뻗어있고 너울너울 춤추기도 한다. 부드럽고 섬세한 묘사, 거칠고 힘 있는 터치가 원시적 생명성을 드러내준다. 홍세연 작가의 작품들은 이렇듯 원초적 세계에 대한 동경과 낙원에 대한 열망을 회화로 표현한 가상세계이다.  

원시성에 대한 기억은 인간 유전자에 잠재되어 있다. 야생 식물과 동물처럼 인간도 자연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인류의 오랜 역사에 비하면 문명의 시간들은 지극히 짧은 기간이다. 문명과 기술은 사람들에게 안락함을 주지만 한편 소외와 결핍도 초래한다. 세상은 복잡하고 사람들은 너무 많다. 소통은 표피적이고 관계는 쉽게 단절된다. 절대적 사랑마저 늘 불안하다. 그러므로 원초적 생명성을 그림 그리는 홍세연은 작품을 통해 현대인이 상실한 본연의 휴머니티를 꿈꾸는 것일 수 있다.  

표범이 등장하는 작품 중에는 밀림 속 붉은 표범 무리가 배경으로 있는 것이 있다. 작가는 ‘후면의 표범 무리는 야생의 표범이고, 홀로 전면에 있는 표범은 동물원의 표범’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전면의 표범이 나를 바라보고 있다’는 의미는 ‘나는 밀림을 그리워하는 동물원의 표범이 되어 나를 바라보고 있다’ 고 해석되어 진다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시선의 주체와 객체, 나와 표범의 동일화가 이뤄진다. 늘 허기진 현대인의 결핍, 쉽게 끊어지는 관계성을 표범을 통해 상징한다.  

그렇지만 표범은 강한 생명력을 가진 동물이다. 어둡고 진한 숲에서도 표피 무늬의 소파에서도 표범의 존재감은 사라지지 않는다. 작가는 “나는 표범을 가장 좋아한다. 그 이유는 표범의 아름답고 화려한 무늬 때문이다. 내가 표범을 본격적으로 그리기 시작한 것은 어떤 명품 스카프에서 모티브를 얻었기 때문이다. 이 스카프를 하고 외출을 하면 왠지 힘이 나고 내가 표범이 된 것처럼 내 안에 잠자고 있는 야생성이 다시 살아났다” 말한다. 표범 무늬를 몸에 두르면 힘이 솟고, 야생성이 살아나는 경험을 한다는 작가는 은닉된 야생성을 기억하며 두려움과 불안을 극복한다. 작가는 더 나아가 자연적 본성을 더 강렬히 상상하며 이를 멋진 예술작품으로 승화시켰다. 감수성이 풍부하고, 더 순수하기 때문이다. 

홍세연의 그림 중에는 얼룩말이 등장하는 것들도 있다. 얼룩말 역시 보는 이에게 강렬한 인상을 준다. 검은 줄무늬 때문이기도 하고 과감하게 그려진 초록 식물들 때문이기도 하다. 여백 없이 채우는 푸른색과 검정색의 바탕 화면도 효과적이다. 원근법을 배제한 대신 짙은 채색과 리드미컬한 형상으로 생동감 넘치는 화면을 표현해 낸다. 평면적으로 그려도 심연이 느껴지는 작품을 생산하는 작가이다.  

홍세연은 공부도 많이 한 작가이다. 한국에서 대학원 졸업 후 일본 동경예술대학으로 가서 미술재료기법을 연구하고 돌아왔다. 최근에는 박사학위까지 가졌다. 작가 활동도 열심히 해 2003년 이후 거의 매년 개인전을 연다. 주부이자 엄마의 역할을 병행하며 본격적인 작품을 생산하는 게 쉽지 않을 터이지만 타고난 재능과 뜨거운 열정이 그녀를 뒷받침하고 있을 것이다. 예술이 가진 힘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을 상상력과 심미적 기술을 통해 가능하게 하는 것’이라면 홍세연 작가는 결핍과 불만을 예술로 어루만지고 작품을 보는 관객들 또한 그럴 수 있게 해준다.  

이번 전시의 제목은 ‘Regained Pardise’로 정했다. 우리말로는 ‘다시 찾은 낙원’을 의미한다. 이번에 출품하는 작품들 중에는 ‘부엉이 시리즈’도 있다. 부엉이 그림은 원시적 순수성을 갈구하는 표범 그림이나 애정과 유대감을 소망하는 얼룩말 그림보다는 더 포근하고 가족적인 느낌이다. 이웃 일본에서는 부엉이는 행운과 부를 상징한다고 한다. 행운과 부, 그리고 따뜻한 가족애 등은 사람들 누구나 소망하기 마련이다. 분석적으로 관찰하면 작가의 예술적 방법론은 이전보다는 더 휴머니티에 가까워지고 있고 그것은 작가가 예술에 대한 이해가 더 깊어지고, 작업은 더 수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부엉이 그림들에서도 넘치는 충만은 보이지 않는다. 야생의 밀림에 스푼과 포크, 화려한 찻잔과 접시, 카멜레온 등을 그려진 또 다른 작품에서 느껴지듯이 화가가 보는 세계는 여전히 결핍되어 있다. 표범의 눈빛, 얼룩말의 몸짓, 부엉이의 표정에서 삶과 예술에 대한 이상향을 추구하는 작가의 강렬한 열망을 보게 된다. 어쩌면 그 부족함과 결핍, 그리고 그것에서 발현되는 간절한 소망이 우리에게 주어지는 생명이고 낙원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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