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을 먼저 떠나 보낸 엄마와, 일제 강점기에 위안부로 끌려갔다가 돌아온 꽃봉이 할머니!
편지를 주고받으며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고, 아픈 역사를 어루만지다!

이 세상에 모든 엄마에게 자식은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존재이다. 그리고 이 세상 모든 자식에게 엄마는 천하무적 같은 존재이다.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고 하나 정작 그럴 수 있는 엄마가 세상에 몇이나 될까? 그리고 자식들에겐 엄마야말로 어떤 일이 있어도 내 편인, 나를 무한대로 위로해 주고 이해해 줄 수 있는 그런 존재일 것이다.

<하늘로 가는 우체통>은 자식을 잃은 엄마와, 나라를 빼앗긴 시대 상황 때문에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 엄마의 곁을 떠나야 했던 꽃봉이 할머니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작가는 부모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 자식을 그리워하는 엄마와, 어린 나이에 엄마 곁을 떠난 한 소녀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국민이 잊어서는 안 될 아픈 역사를 되새기고 있다.

그동안 ‘위안부’ 문제를 다룬 어린이책이 여러 권 출간되었다. 그 책들은 대부분 사회적으로 외면해 왔던 혹은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위안부 문제에 대해 역사적으로 접근해 이야기를 풀어 냈다. 하지만 <하늘로 가는 우체통>은 역사 시간에 혹은 여러 매체를 통해 들을 수 있는 정치적 사안의 문제로 접근하기 보다, 암울했던 역사가 개인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래서 어린이들에게 역사 인식이란 꼭 주먹을 불끈 쥐고 큰 목소리를 내지 않더라도 항상 가슴에 담아 두고 되새길 일이며, 그래야 역사를 바로잡을 수 있다고 말한다.

교통사고로 죽은 아들을 가슴속에서 떠나 보내지 못하는 다혜 엄마는 자신의 친정으로 간다. 감당하기 힘든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을 보듬어 줄 수 있는 엄마 곁을 선택한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다혜 엄마는 아들에게 편지를 쓰고, 엄마는 아들에게서 답장을 받는다. 비록 남들이 보기에는 동문서답 같은 뜻을 알 수 없는 편지였지만 엄마에게는 그 편지가 최고의 치료제였다. 맞춤법도 맞지 않은 글자들, 게다가 날짜는 1937년인 이 수수께끼 같은 편지를 보낸 주인공은 그 마을에 사는 꽃봉이 할머니였다.

열세 살에 위안부로 끌려간 꽃봉이 할머니는 마을에서는 벙어리로 통한다. 위안부로 끌려갔었던 일이 알려지면 집안 망신이니 아무 말도 하지 말고 살라는 집안의 당부 때문이었다. 그렇게 지내다가 어릴 적 자신이 살던 집에서 발견한 다혜 엄마의 편지는 꽃봉이 할머니에게는 엄마의 편지나 다름없었다. 76년 전 열세 살 어린 나이에 위안부로 끌려 가 일본군들의 성 노리개가 되었던 어린 소녀는, 엄마에게 돌아갈 날만을 기다리며 밤마다 편지를 썼다. 부치지도 못할 편지를 쓰며 엄마를 보고 싶은 마음을 달랜 것이다. 그리고 그 편지를 76년이나 간직하고 있다가 이제야 편지를 보내면서, 그동안 벙어리 아닌 벙어리로 살며 받은 상처를 비로소 달랜 것이다.

사람들은 보통 무언가 갑작스러운 상황에 부딪혔을 때 또는 기쁜 일이나 슬픈 일이 있을 때 ‘엄마’를 떠올린다. 이런 엄마를 매개로 작가는 역사의 아픔을 어루만졌다. 자식을 잃은 엄마와, 강제로 엄마를 잃어버린 한 소녀의 편지로 76년의 시간차를 넘나들며 상대를 위로하고, 역사의 아픔을 위로한 것이다.

<하늘로 가는 우체통>은 2002년 출간된 <하늘에서 온 편지>를 다듬어서 재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