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진료실을 찾는 사람은 남자보다는 여자가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지난 32년 간의 제 의사 생활에서도 이 점은 항상 그랬지요. 전국적으로 봐도 여자가 더 많이 병원을 찾습니다. 

남녀를 비교해 보면 확실히 여자가 더 아픕니다. 아마 어느 가정에서도 이 점은 대체로 비슷할 것이지요. 남자가 일하느라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여자는 아파서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여자를 아프게 하는 병은 크게 신체기능의 병과 마음의 병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신체기능의 병은 두통, 위장병, 만성 피로와 같이 신체 구조가 아닌 기능의 이상에서 오는 병이지요. 마음의 병은 불안, 우울, 완벽증 등입니다. 

여자가 앓는 신체기능의 병과 마음의 병은 공통적으로 고통은 엄청나지만 죽지는 않는 소위 ‘아파 죽겠는데 안 죽는 병’입니다. 검사에 큰 이상이 없어 멀쩡해 보이지만 본인이 겪는 고통은 그야말로 상상초월이지요. 

여자가 이렇게 더 아프게 된 근본적 이유는 관계입니다. 특히, 가족과 친구 등 친밀한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여자의 몸과 마음을 끊임 없이 소모시키고 예민하게 만들지요. 

여자를 아프게 하는 관계는 크게 네 가지 형태로 나타납니다. 남의 시선, 의존, 동일시, 그리고 모성욕 (돌봄) 등이지요. 여자는 남의 시선에 더 영향을 받고, 가까운 남에게 더 의존을 잘 합니다. 남이 아프면 내가 아파하고, 남이 힘들면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돌보려고 하지요. 

여자를 아프게 하는 관계는 사실은 가족을 이끌어가고, 인간의 대를 이어가게 하는 원동력입니다. 어떻게 보면 거의 본능에 가깝다고 할 수 있지요. 또한 인류 문화의 창조자로서의 역할도 합니다. 관계를 위한 요구가 문화를 발달시킨 것이지요. 

이제 여자는 관계 본능을 유지하면서도 자신의 몸맘을 아프지 않게 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단기적으로는 관계 때문에 아픔을 무릅쓰는 것이 효과가 더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아프지 않는 것이 더 관계에 좋기 때문이지요. 

여자가 새로 배워야 할 관계는 자신과의 관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