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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스페이스 풀] 《아직 모르는 집》
전보연 기자  |  jby@woman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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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5.07  19:4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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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스페이스 풀은 2013년 첫 번째 기획전시 《아직 모르는 집》(5월 16일~6월 28일)을 선보인다. 본 전시는 아트 스페이스 풀의 큐레이터십 비전 창출을 위한 다학제 기획 프로젝트 <비전 페이퍼>의 일환으로 기획되었다.  

이번 전시 <아직 모르는 집> 은 "어디에서 누구와 살 것인가"라는 개인적인 탄식에서 비롯하여, 오늘날 한국사회에서의 규범적인을 둘러싼 욕망과 불안을 조망하고자 한다.  

두말 할 것 없이, 집은 개인이 한 사회 안에서 장소를 점하고 행복을 추구하기 위한 실존의 요소이다. 그리고 한국사회에서은 삶을 영위하기 위한 거주공간,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투기와 자본의 상징으로서의 집은 우리 사회의 다양한 욕망이 충돌하는 장이다.

한국사회에서 부동산 자본이 부의 원천이자 표식이 된 것은60, 70년대 개발주의 이데올로기를 거치면서부터이다. 여기에 신자유주의 경제논리 기반의 부동산 경기 회복 정책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가격의 폭등을 불러왔고, 주거를 둘러싼 사회적 불평등은 점차 심화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집에 대한정서적인 의미또한 바뀌고 있음을 암시한다. 극심한 청년실업과 노동유연화 등 고용구조의 변화는 대학 졸업 후 취직과 결혼이라는 소위정상적으로 분류되어온 한국인의 생애 과정을 완전히 바꿔 놓고 있다.  

청년기가 연장됨에 따라 원룸, 고시원과 같은 일인 주거가 점차 확대되었고, ‘내 집 마련의 꿈을 비롯한 이른바 <이성애 가족의 넓은 평수의 아파트, 자가 주택의 중산층>이라는규범적 집을 향한 욕망은 위태로워졌다. 임대 갱신을 통해 끊임없이 떠돌아다니는 세입자들의 사회, 이른바신유목민 사회의 풍경은 사실상 세대를 초월하여 공감하는 현실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규범의 위기에도 불구하고, 이를 존속하거나 강화하려는 생애 과정의 규범성과 더 넓고 더 높은 주거를 소유해야 한다는 욕망은 개별적으로 자라나고 있다.

때문에 집과 관련한 거의 모든 문제의 해결은 개인이더 좋은 집을 사는 것으로 수렴된다. 이처럼 견고한규범적인 집을 허물기 위해선, 집의 특정 정체성을 확보하기보다는 다양한 삶의 표정들을 드러내는 일이 필요할 것이다.  

이 전시에서는을 개별적인 삶의 터전이라는 의미에서 확장시켜, 오늘날 우리 삶 자체가 처한 위기로 인식한다. 집이라는 공간적 범주는 더 이상 안전하고 영구적인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거주와 관련된 삶의 불안정한 조건을 반영하는 비판적 현실이 된다. 이를 통해 우리에게 필요한에 대한 상상을 보다 폭넓은 지평 위에서 사고하고자 한다.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강정석, 김영글, 권용주, 이정민, 이은우, 이 다섯 명의 작가들은 서로 장르와 경향을 달리하면서도 전시가 제안하는 문제의식을 공유하며, 일상의 재료를 작품에 끌어들여 현실과 충돌하는 다양한 자리와 삶의 지층을 드러낸다. 

이은우는 수도권에 위치한 다양한 평수의 아파트 평면도에서 도출한 특징적인 구조에 다양한 형태의 유리창을 부착한 설치작품을 선보인다. 이 작업은 내-외부를 가르는창문의 폐쇄성과 구획성을 통해, ‘아파트로 대표하는 한국사회의 보편적인 주거유형과 그것이 표상하는 중산층의 욕망을 압축적으로 드러낸다. "안에서는 밖을 볼 수 있지만 밖에서는 안을 볼 수 없으며 건물로 진입은 철저히 통제된다는 점에 있어서유리는 욕망할 수는 있으나 소유할 수 없는 대상으로 투명함의 역설을 갖는다"는 김성홍의 말에서 드러나는아파트 공화국의 분열은, 이 작품에서 양식화되어 부서지기 쉬운 개인의 욕망을 대변한다.

김영글은 오늘날의 주거를 비정규적 삶과 연계된임시적 거처로 바라본다. 전시 개막일에 공연되는 일인극 <불 속에서>는 임대조건을 갱신하며 집을 찾아 떠돌아다니는 세입자-여성의 내레이션을 통해, 비정규직, 파트파이머, 여성 그리고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시대의 얼굴에 주목한다. 이러한 이야기들을 가로지르는임시성이라는 공통조건은, 불안정한 주거문제를 단지 세대적인 문제로 국한시키지 않으며, 이때의 비정규 상태는 집과 일터를 비롯해 한 개인의 실존과 맞물려 있는 현실입니다. "불 속에서 살아야겠다"는 화자의 외침은 자본에 잠식된 공간의 건너편에서 집의 가치를 재 의미화하는 사유이자 결연한 의지를 드러낸다.

이정민은 <부스러기의 소멸 (1), (2), (3)>에서 용산 참사의 보도사진 일부분을 회화적으로 재해석한다. <옥상 3부작> 중의 하나인 이 작품은 재개발 문제를 둘러싼 한국사회의 부조리를 드러내는데, 작품에서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옥상으로 나선 사람들의 모습은 이러한 비극과 불행이 오늘날에도 끝나지 않고 계속되고 있음을 상기시킨다. 그리고 이러한 삶의 자리는임시적으로모여 사는 장소로서의 철거촌이나 농성장을 떠올리게 한다. 이는을 이야기하는데 있어 반드시 마주해야 하는, 다른 누구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 모두의 현실일 것이다.

강정석은 도시청년들의 일상을 확대해서 바라본다. 이번 전시에서는 주거문제의 불합리성을 인식하는 인물들이, 삶의 행로를 모색하며 악전고투를 벌이는 순간을 일종의제의적인 행위로 표현한다.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이상적인집을 향한 욕망을 끊임없이 내재화하면서도, 그것의 불가능성에 분열하고 좌절한다. 작가는 이때, 등장인물들이 살림을 줄이기 위해 중고 물건을 사고파는 순간을 따로 떼어 바라보면서, 서로 간에연대감이 형성되는 순간을 포착한다. 이를 통해 삶의 복합적인 지층을 보여줌과 동시에, 실패와 배반을 담보할지라도 삶을 지탱하는 힘을 기르는 시도를 드러낸다.

권용주는 불에 타다만 다양한 생활 오브제들을 통해서 소멸되지 못한 채, 어그러진 형태들의 풍경을 연출한다. 소멸될 수조차 없는타다만흔적들은 어떤 상실감을 불러일으키는데, 필사적으로 살아남기를 강요하는 기성의 언어 바깥에서, 이도 저도 못하는 청년기의 현실을 보여준다. 나아가 90년대 한국 미술에서 익숙하게 사용되어온 화분, 소쿠리와 같은 플라스틱 오브제를 태워 물성을 변형시킴으로써 오늘날 미술계 안에서 부재한 한 세대의자리찾기에 대한 작가의 고민으로 확장한다.

 이 전시에서은 한국사회의 분열적인 욕망이 충돌하는 공간이다. 거주에 관한 사회적 갈등과 모순을 집에 투영함으로써, 아직 장소가 되지 못한 더 많은들에 관한 논의를 확장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고민들이, 삶을 회복시키기 위한 "아직 모르는 집"에 대한 더 풍부한 이야기들을 시작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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