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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인문극장 기획전 《눈은 멀고》 4월 19일 오픈
오주영 기자  |  ojy-womandail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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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3.04.17  20:4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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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산인문극장’은 인간과 사회에 대한 사회학적, 인문학적, 예술적 상상력이 만나는 자리다. 2013년 ‘빅히스토리’를 시작으로 ‘불신시대’, ‘예외’, ‘모험’, ‘갈등’, ’이타주의자’, ‘아파트’, ‘푸드’, ‘공정’까지 매년 다른 주제로 진행해왔다. 2023년에는 ‘Age, Age, Age 나이, 세대, 시대’를 주제로 전시, 공연, 강연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이야기한다.

 
두산인문극장 기획전 《눈은 멀고》는 생명으로 태어났기에 필연적으로 맞이해야만 하는 보편적인 시간의 흐름에 대해 생각해 보는 전시이다. 노화로 인해 신체의 모든 기관이 점진적으로 기능을 잃어가는 상황과 주어진 일상 속에서 아득히 먼 감각으로 존재하는 죽음에 대한 은유를 제목에 담았다. 구나, 장서영, 전명은의 작품을 통해 매 순간 초침을 따라 우리를 통과하고 있을 시간을 감각해 보기를 제안한다. 
 
나이를 먹는 일에 대해 자주, 자유롭게 말하는 것은 생애 주기의 중간 너머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오랜만에 마주친 지인의 얼굴에서, 어린아이의 급격한 성장을 보았을 때, 언제나처럼 펼쳐본 책의 흐릿한 페이지를 인지할 때 나이는 불현듯 아주 분명한 것으로 다가온다. 시간이 만들어내는 몸의 변화는 단순히 미적인 부분으로만 침투하지 않으며 신체 곳곳에서 퇴화와 불편함으로, 일상과 생명을 위협하는 크고 작은 질병으로 드러나게 된다. 인간의 많은 일을 기계와 인공지능이 대체하며 노화의 좋은 점을 거의 찾지 못하게 된 오늘날, 구체적으로 다가올 언젠가의 시기를 우리는 어떤 자세로 맞이해야 할까. 
 
시간은 불가항력적으로 흐르며 몸을 가진 모든 것은 낡아간다는 점을 전제로 둔다면, 다가오는 현재를 갱신하며 살아가는 현실 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나이 듦을 또 다른 시간의 흐름으로 받아들이는 일에 대해 인류학자인 마르크 오제(Marc Augé)의 말은 유효한 부분을 지니고 있다. 그는 『나이 없는 시간(Une ethnologie de soi)』(2019)에서 시간과 나이를 비교하며 ‘나이’는 지나간 나날을 설명하는 방식이며 시간을 단일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으로 이해하는 일종의 제약이지만, ‘시간’은 자유이자 상상력의 원료가 된다고 말한다.* 초년-중년-노년의 선형적인 전개에서 벗어나 시간의 속성을 인정하고 끊임없이 적응하려는 태도가 나이로부터의 자유로움을 선사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전환적 사고방식은 역설적으로 나이를 강하게 인식하는 과정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르지만, 시간의 방향이 반드시 정해져 있지 않다는 오제의 논리는 주어진 삶을 주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관점을 제공한다. 그리고 전시에서의 시간은 제약과 자유를 시작점과 끝점에 두고 그 사이를 바라보고자 한다.
 
구나의 조각은 표면의 무수한 흔적과 색이 처음과 달리 변한 상태, 휘거나 갈라진 부위를 드러냄으로써 시간의 흐름을 물리적인 온몸으로 맞이하는 자세를 보여준다. 견고해 보이는 외형에는 개입의 여지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변화무쌍한 표면은 세월을 담아내는 사람의 무른 피부를 떠오르게 한다. 전진하거나 순환하는 시간의 본질을 신체 기능의 상실이나 형태, 특정한 인물이 놓인 상황과 연결시키는 장서영의 영상은, 단단한 벽 대신 얇고 주름진 막을 스크린이자 칸막이 삼으며 제한된 공간에서 희미하게 살아가는 노년의 시간과 멀어져가는 감각에 대해 이야기한다. 전명은은 함께 살고 시간을 보내며, 자주 닿고 서로 의지하는 사람과 사람, 크고 작은 동물과 사람, 식물과 물건에 이르기까지 삶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생명이 주고받는 관계를 사진으로 담아낸다. 이때 그의 사진은 순간과 영원을 동시에 꿈꾸도록 돕는 연료가 된다.
 
각각의 작품은 서로 다른 매체로 나이가 적지 않은 형상이나 기능이 온전치 못한 상태, 주름 지거나 구겨진 모습 등을 구현하며 벗어날 수 없는 쇠락을 가리키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의연하게 자리하는 조각의 몸체들과 여전히 생생하게 숨을 나누며 살아있는 사진 속 생명들, 좁아져 가는 세계를 가진 이가 무한의 바깥으로 나아가는 장면들은 공통적으로 삶의 방향을 향하고 있다. 제약을 받아들이고 상상을 망설이지 않는 이러한 태도는 우리에게 시간을 주어진 한계가 아닌 공평한 흐름이자 가능성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돕는 통로가 되어줄 것이다. 《눈은 멀고》를 통해 우리가 닿게 될 각자의 종점을 당겨보는 기회가 되기를, 자연스러운 눈으로 그곳까지의 여정을 그려볼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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