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진료실에는 물만 먹어도 살이 찌는 체질이라는 분이 종종 있습니다. 그래서 먹기기록지라는 것을 만들어, 하루 동안 먹는 것을 빠짐 없이 기록하게 했지요. 물론, 시간이 지나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먹자마자 바로 적게 했습니다. 

그러면, 어김 없이 자신이 실제 먹은 것에 놀라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야말로 먹는지도 모르고 먹는 것이지요. 진료실을 찾는 더 많은 사람은 먹는 것을 똑같이 했는데, 왜 살이 찌는지 모르겠다고 합니다. 그 이유도 마찬가지이지요. 먹는지 모르고 먹는 것입니다. 

왜 사람은 먹는지도 모르고 먹을까요? 그 가장 큰 이유는 습관입니다. 음식을 먹을 때 먹기에 집중하지 않고, 동시에 딴 것을 하기 때문이지요. 예를 들면, TV나 인터넷 보기, 책 보기, 일하기, 대화하기 등입니다. 식사를 하는 것은 맞는데, 정신은 온통 딴 데 팔려 있는 것이지요.  

가족의 먹기를 책임지는 주부들에게는 또 다른 습관이 있습니다. 정식으로 식탁에 앉아 식사하지를 않고, 다른 일을 하면서 먹는다는 것이지요. 예를 들면, 음식 만들기, 아이 먹는 것 거들어 주기, 남은 음식 정리하기 등입니다. 이때도 먹는지도 모르고 먹게 되지요. 

오랫동안 굳어진 이 습관도 2주 정도면 바꿀 수 있습니다. 사실은 그리 어렵지 않지요. 가장 중요한 것은 음식을 먹을 때는 가급적 딴 것을 하지 않고, 음식의 맛을 음미하는데 집중하는 것입니다. 물론, 배가 고파서 먹는다든가, 한 끼를 때우기 위해서 황급히 먹는다든지도 하지 말고요.

 음식의 맛을 하나씩 천천히 음미를 하세요. 그리고 그 맛에 감사해 보세요. 삶의 가장 큰 즐거움을 제대로 느껴 보세요. 음식의 맛을 음미하면, 여러 가지 좋은 점이 있습니다. 먼저, 충족되지 않았던 식욕이 충족되기 시작하지요. 식탐이 없어지고 폭식을 하지 않게 됩니다. 음식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지지요. 어떤 음식이든 맛있게 먹게 됩니다. 

2주만 노력하면 습관도 삶도 즐겁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