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진료실에는 여러 가지 다양한 문제로 청소년들이 찾아 옵니다. 두통, 위장병 등의 신체 질환에서부터, 우울, 불안, 게임 중독 등의 마음의 병, 그리고 학업의 어려움 등이지요. 그런데, 이 모든 문제의 공통 원인이 있습니다. 바로 친구가 없다는 점이지요. 

과거의 청소년들은 좋든 싫든, 친하든 싸우든 친구에 둘러 쌓여 컸습니다. 우선, 형제 자매가 있었고, 사촌이 있었으며, 동네에 나가면 같이 놀 친구가 누구라도 있었지요. 

지금은 그 중 거의 아무도 없습니다. 거의 형제자매가 하나든가, 둘에 불과하고, 사촌도 거의 없거나 만나기 힘들며, 동네에 나가봐도 친구는 만날 수가 없지요. 학교 친구가 거의 전부인데 다른 입시지옥을 치르느라 제대로 대화를 하거나 우정을 나눌 수가 없습니다. 

결국 청소년의 대화 상대는 그 대부분이 엄마나, 학교 선생님, 그리고 학원 또는 과외 선생님입니다. 자신과 놀고 대화하고 상의할 수 있는 친구가 정말로 많지 않은 것이지요. 

또한, 이런 환경에서 자란 청소년들은 친구 사귀기를 매우 어려워합니다. 사귀기도 어렵지만, 친구 관계를 잘 유지하기도 쉽지가 않지요. 상처도 잘 받고 따돌림도 잘 받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친구가 필요합니다. 친구를 사귀려면, 그 친구와 보낼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하지요. 학업에만 모든 시간을 쏟게 하면, 친구와의 만남은 없어지게 마련입니다. 대학교 가서 친구를 사귀라고 하는 것은 청소년기를 대학에서 겪으라는 것과 같지요. 

좋은 친구를 사귀는 것이 물론 중요하기는 하지만, 선별부터 하다 보면 아무도 남지 않게 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있으면 끊을 수는 있어도 없으면 있게 하기가 쉽지 않지요. 

아이들이 공부와 함께 친구를 사귈 수 있는 충분한 기회를 갖게 하는 것은 이제는 부모의 책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