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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합강정 아래 놀이배 띄운 뜻은
윤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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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7.24  15:3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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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출판 은누리가 신간 ‘합강정 아래 놀이배 띄운 뜻은’을 출간했다고 23일 밝혔다.

 
이보게 이방(吏房)! 자고로 왕조의 위엄은 왕궁이 말해주고,
밀양 고을의 위엄은 영남루가 말해주는 법!
자네 눈에는 이리 누추한 영남루가 부끄럽지도 않소.
이보게, 이날 이때까지 진주 촉석루는 보지도 듣지도 못했단 말이오?
말이야 바른말이지, 우리 밀양이 진주보다 못한 게 뭐요,
인물이 없소, 물산이 없소, 재약산 봉산(封山)이 없소, 그 산에 아름드리 소나무가 없소,
내일 아침, 당장 이 초라한 누각부터 허문 뒤, 새로 지을 방도를 구하시오!
 
사또나리, 우리 고을에 솜씨 좋은 관노가 있긴 헌데
그 영감이 글쎄, 지금 한 달째 구들장을 지고 있다는데 글쎄,
사또, 말허리 끊고 불호령하듯 내뱉는 말,
말 같잖은 소리 작작하고, 당장 그 자를 내 앞에 대령하시오! (하략)
 
-시 ‘영남루는 누가 지었는가’ 박하
 
위 풍자 시는 이 책 속의 영남루 편에 후기처럼 실려 있다. 이 시를 끝까지 읽고 나면 영남루와 밀양에 대한 인상이 확 바뀐다. 이제껏 영남루, 하면 아랑의 슬픈 전설만 떠올렸는데 이 시 한 편 속에 ‘늙은 관노의 인생 역전’ 드라마를 새로 알게 된다.
 
이 책의 미덕은 옛 시(漢詩)를 실마리 삼아 선인의 풍류와 애환을 풀어낸다는 점이다. 때론 익살맞게, 때론 유쾌하게, 간간이 풍자시로 에둘러 비판도 서슴지 않는다.
 
알고 보면 2021년 현재, 전국의 누정들은 ‘홍수 나면 마실 물이 없다!’ 속담처럼 많다. 지방자치제가 정착된 뒤, 방방곡곡마다 경쟁적으로 복원됐다. 박제된 정자와 서원, 박쥐똥 그득한 누정들, 영화 세트장보다 못한 누정들도 부지기수다. 과연 이대로 방치해도 좋은가. 옥석을 가려 현대판 풍류 공간으로 되살릴 수는 없을까. 템플 스테이(temple stay)처럼 ‘정자에서 하룻밤’ 같은 프로그램을 만들 수는 없을까. 화두를 던지듯 묻고 싶다.
 
이 책은 누정들을 단순히 풍류 공간, 힐링 공간으로 풀지 않았다. 누정의 빛과 그늘, 풍광 너머 누정들의 뿌리와 줄기를 더듬었다. 나라 예산만 축내는 허울 좋은 문화유산 누정이 아니라, 옥석 가리기를 통한 정자다운 정자 되살리기까지 제안하고 있다. 시인은 정공법보다는 에둘러 메치는 비유법을 쓴다. 간간이 폭소를 자아내는 박하 시인 특유의 풍자시를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 책은 낙동강 누정 답사기다. 옛 시를 실마리로 낙동강 700리 나들잇길. 이번에는 김해, 양산천, 밀양강, 남강 편까지 절반만 다뤘다. 강변 누각과 정자마다 발품을 팔았고 곳곳마다 풍월주의 사연, 창건기, 중건기에 숨어있던 비화까지 찾아냈다.
 
혼자가 아니라 두 중년 사내가 의기투합해 엮은 책이다. 건설 엔지니어 출신 박하 시인과 경영학도 출신 강경래 길잡이. 그동안 인문학자가 독점해 온 옛 시 해설을 공학도와 경영학도의 관점에서 새롭게 재해석을 시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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