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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진갤러리] 설원기 개인전 ‘아무것도 아닌 무엇’
오주영 기자  |  ojy-womandail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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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0.21  12: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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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진갤러리는 추상화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40여년 간 작업을 이어온 작가 설원기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1989년 첫 개인전 이후 3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한 올해의 개인전은 경기문화재단 대표이사직을 마치고 4년 만에 작품세계를 선보이는 자리로, 2018-2019년 작업한 드로잉과 회화 50여 점을 만날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오랫동안 미술현장에서 시각 언어가 진화해 가는 과정을 마주하면서 고민한 회화의 역할과 그 가능성에 대한 회화적 연구를 풀어나갔다. 회화는 등장 이래, 사회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사람들의 관점이 변해감에 따라 다른 역할과 가능성을 부여 받아 왔다. 특히 모더니즘에서 포스트모더니즘으로 미학적 전환이 이루어진 후, 우리의 시각적 습관은 과거와 완전히 달라졌으며, 그 결과 현재의 눈과 과거의 눈 또한 변했다. 회화의 존재 의미 역시 과거와는 다른 양상 아래 놓이게 되었다. 그렇다면, 오늘의 회화는 과연 무엇이며, 현재의 회화가 가지고 있는 문제는 어디에 있는가.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이미 변했고, 끊임없이 변하는 중인데, 회화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는 혹시 과거의 영화로웠던 어떤 시점 안에 갇혀 있는 것은 아닌가. 화가는 이러한 질문을 안고 회화를 향한 작가적 태도에 대한 고민을 시작한다.
작업에서 그 무엇보다 개념적인 요소의 비중이 높아져 가는 오늘날, 종종 회화는 개념에 지배당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며, 시각적 관습 안에 매몰되어 있는 것도 같다. 작가는 주제의식을 구체화하는데 복무하는 회화, 이야기를 담는 그릇 같은 회화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 “사소함이나 일상도 아닌, 아무것도 아닌 무엇”으로서의 회화를 구상했다. 생각을 버리고 그리기 위해 노력했다. 잘 그린 그림이 아니라 그림을 그리는 행위와 그 과정에 집중한 그의 화면은 쉽게 그린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화면 앞에서 회화를 향한 우리의 고정관념은 흔들린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나누고, 채우고, 찍고, 선을 긋는 일’처럼 회화의 가장 기본적이고 단순한 방법에 중점을 두고 그리면서, 화면에 담긴 화가의 모든 행위가 있는 그대로 드러나되, 별도의 이야기나 언어적 해석이 나오지 않는 작업을 추구한다. ‘컨셉’이 아니라 붓을 다루는 화가의 리듬과 속도, 그에 맞물린 생각의 흐름 자체가 작업의 성격을 나타낸다. 화면을 구성하는 개별적인 요소들이 다른 요소들과 조형적인 조화를 이루기보다 그 자체로 독립된 존재감을 가질 수 있도록 표현하는 과정을 통해 작가는, 과거의 조형적 습관으로부터 벗어나는 회화의 존재방식을 모색한다. 그리고 이러한 화면은 음성언어나 문자언어로 포착할 수 없는 시각언어만의 독자적인 세계의 열린 가능성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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