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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아트] 문수만展 '永遠回歸3'
오주영 기자  |  ojy-womandail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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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2.08  16:4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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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영감을 받은 도자기나 담배함 같은 옛 물건들보다는 크지만, 세계를 담기에는 턱없이 작은 원형의 캔버스에는 세계를 압축하여재현한 상징적 우주가 있다. 에밀레 종에서 유래한 소리나 울림을 표현한 작품이 포함되어 있으니 압축 재생이라는 말도 어울리리라. 원형 구도를 가지는 그의 작업은 많은 것들을 하나로 융합시키지만, 세목들을 무시하지는 않는다. 작가는 세목들에 지나치게 매몰되는것을 경계하여 경계를 흐릿하게 처리하기도 한다. 이러한 생략은 유한 속에 무한을 담는 문수만의 방식일 것이다. 원형 캔버스들은원 속에 또 다른 원들을 배치하면서 하나의 우주 안에 있는 또 다른 우주들을 보여준다. 마술의 원(magic circle)처럼그어진 하나의 원형 안에 다시 접어 넣은 또 다른 소우주들은 서로 공명하면서 의미를 증폭시킨다.
그가 주로 감흥을 얻는 자연과 문화재급의 유물은 정교함이 특징적이지만, 또 하나의 원천은 최초의 전공인 엔지니어적 정밀함이다. 이전 시대에 장인은 예술가이자 기술자였고, 개념화가 많이 진전된 현대미술에서도 제작과정은 작품의 독특함을 가능하게 하는 주된요소이다. 서울 근교의 공장 한 켠에 자리한 그의 새로운 작업실은 예술과 자연, 그리고 기예를 나누는 인공적 경계를 무화시키는작품의 산실로 적당해 보인다. 문수만의 작품은 옛 유물을 포함한 자연 등, 세계를 모사한 것이기에 ‘시뮬라크르’이며, 모사의방식에 있어서 대우주와 소우주를 일치시킨다는 점에서 ‘프랙털’과 연관된다. ‘거울’이라는 소재는 어떤 법칙 또는 규칙이 무한반사되는 메커니즘과 관련된다. 소리의 경우 공기라는 매질을 통해 멀리까지 퍼져 나간다. ‘시간의 문’을 통과하고 있는 작가에게이전작품에 명확했던 선적 경계는 흐려지는 경향도 보인다. 그것들은 ‘구름’처럼 가장자리가 모호하다.
‘원본 없는 복제’(들뢰즈)로 정의되는용어 ‘시뮬라크르’가 그의 주요 시리즈의 제목이 된 것은 백자와 청자, 분청사기 등 그가 선호하는 옛 유물의 색감과 질감, 그리고무늬를 참조한 것에서 왔다. 미술사가들은 시작과 끝이 선처럼 이어지는 역사적 규범을 적용하여 새로운 역사를 시작한 도공들을 추적하고싶겠지만, 극소수의 훼손되지 않은 유물과 파편들은 그것들이 대부분 이름 없는 도공의 작품이라는 것을 알려줄 뿐이다. 다만 시대의양식이라는 것은 있을 수 있는데, 그 또한 개인의 독창적인 산물은 아니다. 작가는 배치를 통해서 이전의 것들을 변주한다. 이미존재하는 형태와 상징은 배치를 통해 변화한다. 새로운 배치로부터 재현이 아닌 생성이 이루어진다. 대부분 입체 위에 새겨졌을 무늬가원형캔버스에 옮겨지면서 생겨난 빈공간에 작가가 개입할 여지는 많아진다. 그 공간은 더욱 넓어져서 참조대상으로부터의 자율성을 구가하게될 것이다.
프랙털 시리즈에서는 어떤 형태도 고정될 수 없을 만큼의 강한 흐름이 느껴진다. 중심과 주변의 밀도와 색이 다르기도 하지만 대체로푸른색 계열인 프랙털 시리즈는 일단 물결처럼 보이는데, 이 물결은 형태와 과정이 합쳐진 것이다. 여기에서의 물은 강처럼 흐르기보다는 샘처럼 분출한다. 이러한 공간적 상상은 시간 또한 선적으로 흐르는 것이 아니라 솟아오르는 것으로 상상하게 할 것이다. 그 모두는 ‘재현이 아닌 생성’(들뢰즈)을 위한 조건이다. 프랙털 시리즈에서 걸쭉한 질감은 분화구에서 분출되는 용암처럼도 보인다.
그는 이 형태에 대해 ‘마그마의 분출, 퍼지는 느낌’이라고 말한다. 마그마가 분출되면 중심이 비게 되고 다시 중심부로 빨려가는움직임이 생겨나는 것에서 착안했다. 자연은 빈 곳을 내버려 두지 않기 때문에 밀도와 농도의 차이에 의한 움직임이 발생한다. 프랙털시리즈는 대개 지름 1미터 내외로 물질과 에너지의 집약도가 매우 높다. 그것은 기존의 질서가 녹고, 새로운 질서가 생겨나기 위해몸부림치는 단계를 말한다. 코스모스의 이전과 이후의 단계는 카오스인 것이다. 사고에 있어서 시간의 도입은 눈앞에 보이는 현실뿐 아니라 그 현실이 생멸하는 조건 또한 보게 한다. 둥글게 보이는 태양 또한 더 자세히 찍힌 사진을 보면 부글부글 끓고 있는과정으로 나타난다. 문수만의 프랙털 시리즈는 사물의 변화를 야기할 에너지의 흐름을 가시화한다. 또한 움직임의 가상은 있지만 실제로움직이지는 않는 프랙털 시리즈는 에너지가 굳은 것이 물질임을 알려준다.
그것은 우주부터 공장의 기계까지 모두 관통되는 법칙이다. 필립 볼은 [물리학으로 보는 사회-임계질량에서 이어지는 사건들]에서열을 ‘서로 충돌하고 있는 원자들의 무질서한 운동’(벤저민 톰프슨)이라고 정의하면서, 열의 흐름에 의해서 기체가 팽창(가열)하거나수축(냉각)되어 피스톤을 순환시키는 카르노 순환장치가 발명되었다고 말한다. 필립 볼에 의하면 19세기 엔지니어들에게 더 나은엔진을 만들기 위해 등장한 분야(열역학)가 이제는 우주가 작동하는 방식에 대해 가장 장엄하고 근본적인 설명을 제공하는 것으로밝혀졌다. 문수만의 프랙털 시리즈는 열역학처럼 변화의 과정을 전면화한다. 열역학은 생물체부터 증기기관까지 종류와 차원을 달리하면서관통된다. 프랙털 또한 규모를 달리하며 구조가 반복되는 현상이다. 필립 볼의 시적인 표현에 의하면, 프랙털은 ‘역사의 사건들이얼어붙어서 만들어진 지도인 셈’이다.
보네에 의하면, 플라토니즘의 전통에서 거울은 유추와 위계의 체계 안에서 매개의 역할을 수행한다. 거울은 존재의 연쇄 망으로 이루어진문수만의 상징적 우주에서 유비의 매개자가 된다. [거울의 역사]는 플라톤적인 낙원, 즉 대칭과 상응의 세계에서 신비한 대칭은인간으로 하여금 우리의 일상적 현실 뒤에는 그에 상응하는, 그보다 더 나은, 보이지 않는 짝이 존재한다고 믿게 한다고 본다. 그에 의하면 거울을 넘어 반대쪽으로 가려는 꿈은 바로 다른 쪽에서 다시 태어나고 싶은 욕구에 부응한다. 그것은 안과 밖을 조화시키려는희망을, 그리고 현실의 무게와 죄의식의 압박을 벗어난 세계에서 결정적으로 환영과 상상 쪽에서 살아가려는 매혹적인 희망을 반짝거리게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거울 이편과 다른 세계인 저편으로의 여정이 쉽지는 않다. 거울을 통과하는 앨리스는 그냥 저편으로 순조롭게걸어가는 것이 아니라 모험의 여정에 돌입하는 것이다. 거울 이편에서 저편으로의 여정은 출구를 찾기 어려운 미로로 나타난다.
이렇게 우주는 모든 것이 다른 것들을 의미하고 다른 것들에 반사되는 엄청난 유리방으로 인식된다. 미셀 푸코가 [말과 사물]에서말하듯이, 유비적 사고는 끝이 없다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근대과학은 유비적 사고를 거부했다. 과학적 관측은 타원궤도인데, 완벽을고수하는 유비적 사고는 원궤도를 고수했던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학문인 과학도 유비적 사고에서 크게 벗어날 수 없으며 예술은더욱 그렇다. 상호작용의 미로에서 궁극의 의미는 존재하지 않는다. 에코는 신비주의적 비밀은 텅 빈 비밀임을 말한다. 신비주의적사고에서 세계는 기호의 그물망으로 덮여있지만, 그러한 기호에서 커뮤니케이션의 기능은 생략되어 있다. 그것은 기호가 결코 투명하지않기 때문이다. 기호의 불투명성은 현대미술이 재현주의를 거부할 때도 부각되었다. 지워진 면적이 점차 늘어나는 문수만의 작품은기호의 불투명성을 암시한다. 그것은 고정된 조화가 아니라 요동(fluctuation)치는 우주의 결과이기도 하다. 예술적 작업의의미와 목적도 인생의 의미와 목적처럼 모호할 것이다. 다만 후기 구조주의로 대변되는 현대의 철학은 이러한 표류의 상황에 큰 의미를부여했다는 것을 말하고자 한다.
문수만展 '永遠回歸3'가  12일부터 17일까지 인사아트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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