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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아트스페이스] 조창환展 '숨 BREATH'
오주영 기자  |  ojy-womandail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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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0.15  20: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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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창환에게 자연, 특히 생명체와 예술을 잇는 것은 숨이다. 세상에는 그보다 그림으로 표현할 만한 아름다운 것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가령 놀라움을 주는 사건, 기념할만한 역사적 장면, 환하게 핀 꽃이나 탐스러운 과일, 파도치는 바다나 불타는 저녁 노을, 빼어난몸매나 세상의 중심인 자신의 모습 등등. 그런 소재들에 비한다면 자명하면서도 잘 의식되지 않는 현상에 대한 그의 관심은 독특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숨은 그 모든 현상들에 대한 반응을 포함한다. 세상의 긍정적인 면 뿐 아니라 부정적 면까지도. 긍정적인 면이든아니든 그의 작품에서 숨은 빠른 시간 동안 달아오르고 식는 것이 아니라 미미한 지속이다. 전자의 경향이 뜨겁다(hot)면 후자는차갑다(cool). 그러한 느낌은 작품 표면의 균일한 효과 때문이다. 그러나 좀 더 가까이 다가가서 볼수록 균일성은 차이의 지글거림으로가득하다. 멀리서 보면 균질적이고 차갑지만 다가갈수록 이질적이고 뜨겁다.
마치 태양이 멀리서 보면 그저 평평한 둥근 원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어떤 경계도 없이 지글거리는 불덩어리인 것처럼 말이다. 조창환의작품의 경우, 드라마틱한 느낌을 주는 기복은 미시적인 차원에서 관철된다. 인류학자 레비 스트로스는 hot과 cool 의 대조로역사와 선사(원시) 적 시간 감각을 비교한 바 있다. 구조주의 인류학자의 어법에서 cool은 기복이 있기보다는 꾸준한 것, 특수하기보다는보편적인 것을 은유한다. 보편적 구조에 대한 레비스트로스의 관심은 여러 분야의 공감을 받아 구조주의 시대를 열었다. 구조주의에대한 비판자들마저도 후기 구조주의라 불릴 만큼 그 위세가 강했다. 전통이라는 중심이 사라진 현대, 뭔가 항구적인 것이 요구되었던것이다. 거짓 새로움이 지배하는 현대에 예술 또한 이러한 기본적인 욕망에 대답하고자 한다. 역사가 펼쳐지는 무대인 자연은 역사보다더 보편적이다. 긴 주기에서 보면 역사 또한 자연이다.
보편에 대한 관심을 가지는 누구라도맨 먼저 자연을 떠올리게 되며, 조창환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인생도 매일매일, 매순간순간의 지속적 시간성이 탄생과 죽음이라는 극적인사건 만큼이나 중요하다. 작가가 의식하고 있는 호흡이라는 행위는 잔잔한 지속의 시간을 대변한다. 숨 쉬는 존재가 실행하는 작업은언제 어디서 시작되고 언제 어디서 끝날지 모르지만, 그 중간적 과정을 늘려나가려 한다. 그의 작품에는 제일 아래층에 찍은 선들이다 가려지지 않을 정도의 밀도감이라는 기준이 있다. 실제의 호흡은 생명과 직결되는 현상이다 보니 좀 더 극적이다. 매 순간 의식하지도않은 채 일어나는 들숨과 날숨은 방해를 받는 순간에야 의식화되는 준자동적인 반복현상이다. 산을 매우 좋아해서 우리나라 30대명산에 올라가 그림을 그려보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는 그에게 산정의 맑은 공기는 또한 숨의 존재감을 새삼 인식하게 할 것이다.
작가는 숨쉬기처럼 반복되기에 잘 의식되지않는, 그러나 생명의 가장 기본적인 활동을 작품으로 표현한다. 동영상도 아닌 회화에서 숨을 재현하기는 힘들 것이다. 숨은 시간적인현상이기 때문이다. 숨이 그림으로 그려진다면, 그것은 시간의 공간화에 의한 것이다. 관객은 역으로 공간을 시간화 함으로서 작가의숨을 추적할 수 있을 것이다. 조창환은 맑은 공기나 오염된 공기가 있는 풍경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공기를 이루고 있을법한 입자적 현상들을 가시화한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그러한 추상적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행위 자체가 숨쉬기를 닮았다는 점이다. 예술은 나의 생명이다는 식의 시적 비유가 아니다. 그의 작품에서 양자의 닮음은 보다 실제적이다. 터럭 하나로 이루어진, 특수제작된 ‘갈기 붓’에 물감을 찍어서 쌓아 올린 수많은 미세한 선들은 그에게 숨쉬기에 상응하는 행위이다. 그렇게 흔적 없는 것들은세상에 흔적을 남기게 된다.
그의 말대로 ‘선으로 만든 면’은그림을 그린다기 보다는 수행적 작업을 닮아있다. 작가가 한정한 공간에 쌓이는 시간들, 그 시공간이 주는 힘이 압도적이다. 노동은 ‘창조’에 비해 가치가 없는 행위로 여겨졌지만(특히 예술에서), 차이를 낳은 것은 반복이다. 조창환은 수 억 년의 시간이 압축된지형을 한눈에 볼 때의 그런 느낌을 작품 하나하나에서 구현하고자 한다. 자연에 내재 된 무수한 층들을 한올한올 살아 움직이는선의 축적을 통해서 구축한다. 한 번에 휙 가는 예술작품도 있지만, 무수한 반복과 그러한 반복에서 야기되는 차이에 대한 감각을중시하는 예술도 있다. 한올한올 쌓여서 만들어낸 군집적 형상은 화면을 가득 채우기도 하고 하얀 배경 위에 올려진 다양한 형상들도있다. 비슷한 조형적 요소의 반복적 실행은 움직임의 환영을 낳는다. 지글거리면서 먼 우주의 전자파를 수신하는 모니터 화면 같은느낌도 있다.
여러 개를 동시에 보면 작품들 사이의잠재적 움직임도 감지된다. 작은 작품의 경우 캔버스 틀이 움직이고 있는 부분을 담는다. 보다 큰 전체의 일부같은 모습으로. 크기에따라 다르지만 작품 한 점당 3개월 이상이 걸리는 밀도 높은 작업과정을 수행하는 것은 한 오라기의 붓이다. 한선(한올)로 된붓은 일직선이지만 붓마다 굽은 정도가 다른 꼬부랑 선이다. 그린다기 보다는 찍는 이 갈기 붓은 행위의 흔적을 남기기 위한 도구이다. 작품 속 선 하나하나가 호흡 하나하나의 기록인 것이다. 그의 작업은 생명을 지속시키는 미미한 행위들을 기념비화 한다. 그가 작가로서인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치열한 삶을 산다면 맨 마지막 호흡 또한 한 올의 선으로 기록되지 않을까. 호흡의 변화는 작품에 반영된다. 한올로 이루어진 갈기 붓은 층이 많이 쌓여도 밑바닥에 찍은 선들을 완전히 덮지는 않는다. 여러 층으로 이루어진 갈기붓의 흔적은조그만 흔적이라도 남아서 전체적 효과에 기여한다.
조창환展 '숨 BREATH'이 10월24일부터 30일까지 인사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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