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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도스] 박미예 ‘벽을 짓다’展』
전보연 기자  |  jby@woman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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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4.08  20: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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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도스에서는 4월13일부터 22일까지 박미예 ‘벽을 짓다’展』을 연다 

박미예는 4,219개의 나무 조각들을 이용하여 동시대의 스펙타클한 작품들과 똑같은 엄청난 규모와 물량의 코드를 사용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의 작품에는 스펙타클 이면의 비인간적인 공허함을 대신하여, 하나하나 다듬어진 무수한 작은 개체들이 존재한다. 아니 오히려 이러한 작은 피스들로 인하여 박미예의 작품은 장엄과 숭고(sublime)가 더욱 두드러지게 된다. 손 한 뼘 정도 크기에 지나지 않은 이 나무 조각들은 모두 고유번호를 가지고 있고, 이 번호에 의해 치밀하고 정확하게 자신의 위치가 정해진다. 번호 앞에 새겨진 ‘生’이라는 글자는 마치 이 개체가 생명을 가진 존재 즉 우리 자신을 상징하는 듯 보인다. 박미예의 벽은 경계를 가르거나, 배타적인 단절이 아닌 연합을 통해 이뤄진 새로운 상징이다. 뿐만 아니라, <벽을 짓다>에서는 4,219개의 조각 중 어느 것 하나도 임의로 대체되거나, 빠질 수 없다. 작가가 그의 작업노트에 기록했듯이, 生01.02의 조각이 그 자리에 있으려면, 生01.01과 生01.03이 반드시, 꼭, 절실하게 필요하다. 다른 색으로 칠해진 피스들이 이러한 개체성을 부각시키는 역할을 한다. 모든 조각들은 이처럼 서로 유사해 보여도 재단된 형태가 하나하나 다 다르며, 단지 1/10cm정도밖에 안 되는 작은 차이로부터 시작해 그것이 천 개, 삼천 개, 오천 개가 모이면 큰 굴곡을 형성하고, 무게 있는 볼륨을 형성하도록 설계되었다. 무의미한 반복이나 무작위적이고 기계적인 위치설정이 아니라, 장엄하고 숭고한 계획 아래 각자의 역할에 따라 서로 성실하게 연합하여 이루어낸 창조물인 것이다. 

박미예의 열정이 우리에게 값진 이유는 바로 이러한 연합의 과정을 시각화 해 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모든 것이 해체되고 상대화되는 오늘날, 박미예의 관점은 시류를 거스르는 도전임에 틀림이 없다. 작가는 주체할 수 없는 열정에 이끌려, 4,219개의 조각을 다듬고, 일일이 색을 칠하는 혹독한 인내 가운데에서 새로운 벽을 세웠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우리에게 부재한 그러나 우리가 반드시 필요로 하는 것, 바로 연합의 비밀을 우리의 눈앞에 펼쳐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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