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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도스] 이은지 ‘SOMEWHERE, WILD’ 展
오주영 기자  |  ojy-womandail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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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5.27  21:2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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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의 역사는 자연의 터전 안에서 생성되고 소멸한다. 스스로 존재하여 만든 만물의 법칙 안에서 인간은 사회를 형성하고 질서를 유지하며 삶을 살아간다. 그래서 ‘자연스럽다’라는 의미는 무작위의 형태가 아닌 대상을 둘러싼 세계의 가장 근본적인 특성을 드러내는데 있다. 자연은 오랜 시간 인간에게 사유의 대상이 되었으며 인간이 평등해지는 ‘해방’이기도, 또는 우주 만물의 질서인 ‘도’이기도 한 존재로 고찰되었다.
 시각미술에서도 자연은 작가의 오랜 표현 대상이다. 시대의 흐름에 따른 은유와 이념이 조형적 언어로 덧입혀지고, 더 나아가 오늘날에는 이를 직접 작업에 초대하여 실재하게 하는 확장된 전달 방식 또한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자연이 주제가 된 미술작품을 논할 때는 두 가지 면을 염두에 두는데, 첫 번째는 보편적인 시선에서 인식되는 자연의 표면적 형태이고, 두 번째는 그 속에서 발견되는 낯섦, 즉 작가가 자연과 관계 맺기를 하며 발견한 개념적 형태이다.
 이은지의 <산수> 연작에는 나무나 물과 같은 익숙한 요소가 보이지 않는다. 대신 여러 암석들의 파편들이 캔버스 안에서 조합되어 하나의 풍경을 구성하고 있다. 미국 애리조나(Arizona)에서 태어나 마주한 붉은 암석지대에 대한 동경은 그녀는 산과 물이 아닌 몸뚱어리가 발가벗겨져 시간의 날것이 표면으로 분출되고 있는 암석산의 풍경을 산수로 그려낸다. 암석이 많은 국립공원과 산을 직접 다니면서 사진을 촬영하거나 ‘내셔널 지오그래픽’ 등의 포토그래피 매거진에서 자료를 수집한다고 한다. 돌이 가진 거친 질감과 단면에 남겨진 지구의 흔적을 그녀의 섬세한 드로잉으로 캔버스 천 또는 종이 위에 옮긴다. 암석 드로잉 하나가 완성되기까지 오랜 시간을 기여한다는 그녀의 작업은 흑연과 연필이 수십 번 교차하며 하얀 바탕을 깎아내고, 차갑고도 묵중한 돌의 속성을 불어넣는다. 붉은색 등과 같이 색이 들어간 암석에는 아크릴 물감을 활용한다. 드로잉 작업과 비교하여 좀 더 우연적인 색의 섞임을 응용함으로써 만들어낸 표면으로 고체화가 되어가는 과정에서 돌의 표면이 천천히 결정된다. 
 그러나 곧 이은지의 <산수>는 현실적인 암석들과는 다른 군집 형태에 낯섦을 가져다준다. 일반적인 산수는 하늘과 산, 땅으로 공간이 수평적으로 분할되어 평온감을 가져다준다면, 이은지의 산수는 암석이 살아서 우주 공간을 유영하는 듯한 콜라주 형식으로 역동성을 뿜어낸다. 뾰족한 모서리의 암석들은 한데 모여 있지만 방향이 달라 마치 곧 바깥으로 터져 나올 것 같은 힘을 보여준다. 최근의 작업들은 배경 자체에도 물감에 방향성을 심어 힘의 시작점을 더욱 뚜렷하게 드러내고 있다. 작가는 이 움직임을 가장 최소한의 틀(outline)이라고 정의한다. 수집한 자료를 바탕으로 색과 형태, 구도를 가져온다. 캔버스 천과 종이, 아크릴 물감으로 미리 만들어진 암석 조각들은 최소한의 틀에 따라 선택되고 오려 붙여지며 콜라주가 된다. 자신이 태어났던 애리조나의 암석산에 대한 동경과 이에 따른 기억의 파편들은 자연스럽게 작가의 행위에 스며들어 즉흥적이면서도 본능적인 질서(틀)가 투영된 산수로 편집된다.
 동양화에서 산수를 그린다는 것은 물과 산이 주체가 아닌 사람이 가진 자연관이라 한다. 붉은 암석으로 온 세상을 뒤덮은 대자연을 향한 막연한 기억은 가장 태초의 모습만이 남아 있는 지구의 모습을 떠오르게 한다. 자연의 감각만이 남아있는 동경의 장소는 작업의 가장 근본적인 행위가 되고, 현실에서 마주하고 경험한 풍경들은 차곡차곡 쌓여지며 개인의 삶이 담긴 산수를 만들어낸다.  그렇기에 이은지의 산수에는 견고하고 세밀한 암석들 사이로 그녀의 삶의 태동이, 또는 삶의 태도가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공존하고 있다.
 이은지 ‘SOMEWHERE, WILD’ 展이 5월30일부터 6월5일까지 갤러리 도스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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