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작업에서 화판이라는 평범한 공간은, 스스로 겪게 된 사건을 통해 발생한 이야기의 공간으로 관망한다. 작업은 개인적으로 마주하는 사건이나 해프닝을 나의 고유한 조형언어로 치환하고 화면에 조합해가며 시작한다. 최근에는 나와 유기적인 관계를 맺는 것들, 그리고 그것들에서 파생되어 확장되는 것들을 관찰하고 있다. 작업의 방식으로써는 화면에 붓이나 연필로 그려야 한다는 집념보다는 물감과 색연필, 말린 꽃잎과 풀잎, 종이조각을 사용하여 번지거나 긁어내기, 붙이기 등 반복된 행위로 사사로운 사건을 덤덤하게 기록하고 있다. 작업의 소재이자 주제로 삼고 있는 사건은 본인의 보통의 삶 속에서 잔상처럼 남아 공기 중에 떠도는 것들이고, 이것을 잡아채어 이미지화하는 것이다.
처음 눈으로 포착한 풍경, 그것이 이어져 머리 속에 자리 잡게 된 제2의 이미지, 당시 몸으로 경험했던 감각들 등을 불분명한 형태의 그림으로 그려나간다. 이러한 작업의 과정은 작품을 만드는 하나의 행위에서 그치지 않고, 사건을 마주하거나 본인을 대입할 때 마다 생기는 감정의 기복을 한 차례씩 정리해가는 태도로 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어떤 대단한 서사나 담론에 물음을 던지고 그 답을 찾기 위한 작업을 하기보다는 보편적이고 일상적인 개인의 사건과 기억을 잊지 않고 끊임없이 건드려가며, 그 안에서 내 자신이 살아가면서 가져야 할 의식이나 태도를 찾는 일기와도 같다. 살아가면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나의 삶 속에 여운처럼 남아 꾸준히 영향을 미치는 기억과 사건들을 지속적으로 건드리며, 이에 대한 포괄적이면서 세세한 기록을 진솔한 태도로써 이미지로 남기고 있다.
 원나래展  '가벼워 자꾸만 떠오르는 것들'이 5월2일부터 13일까지 예술공간 서:로에서 진행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