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들의 반가운 작업 재개 소식을 듣고 순간적으로 떠오른 생각과 이미지는 『인형의 집』 “노라”였다. 남성 중심적이고 가부장적 그 시대에, 남성의 장식품이나 소유물 같던 여성들에게 주어진 가정, 사랑, 아이를 모두 버리고 자신을 찾아 떠나는 ‘투박한’ 노라가 아니라, 그녀들이 선택한 사랑, 가정, 아이, 일, 혹은 그 외 소중한 것들은 형태 그대로 유지하다가, 한 인간으로서의 꿈을 다시 그림 작업에 투영하여 열정의 습관을 자신의 정체성으로 재생하고자 하는 더 ‘세련된’ 노라였다.

1990년대 중반 서울여자대학교 미술대학 현대미술과(전 서양화과)를 다니던 그녀들은 자신의 삶에 대해 Illusion(환상)이 있었으며, 그 Illusion을 Reality(현실)로 만들려 재능과 모든 성의를 소진하는 2000년대에 30대를 보냈다. 각자의 그 동일한 시간들에 돋아나는 성숙은 Illusion을 Reality보다는 Simulacre(시뮬라크르)1) 가 되어 있음을 깨닫는다.

즉, 존재하지 않지만 존재하는 것처럼 자신의 이미지를 구축하고 실재에서 독립된 자신만의 시뮬라크르. 그녀들의 삶을 반영하고 그 이미지를 얼마쯤은 왜곡하고 더 나아가 독립의 과정을 통해, 자신만의 시뮬라크르를 구조화하여 실재보다 더 중요한 인식을 작업에 녹여내며 고유한 시뮬라시옹(Simulation)2)으로 재생해 낸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국화 같은3)’ 그녀들의 삶은 계속되며 단지 여자로서의 꿈 뿐만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의 자아와 꿈을 그녀들의 우주에 녹여냈음을 축하하며 응원한다. 세련되고 멋지며 용감한 나의 새로운 노라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