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N gallery가 준비한 기획전은 새봄을 맞는 ‘Hello, spring’ 展으로 ‘김선두, 강석문, 장현주’ 작가와 함께합니다.
마치 어린아이가 그린듯한 순수한 필묵이 느껴지는 김선두 작가의 작품은 그의 내면 깊숙한 곳에 자리잡은 고향에 대한 애잔하고 서정적인 감성으로부터 시작합니다. 그는 다양한 소재를 자유자재로 다루며 화폭 속의 표현의 영역을 끊임없이 확장시켜나가고 있지만, 그가 오랜 기간 동안 학습해온 수묵에 대한 이해는 그의 그림 속의 풍부하고 예민한 감수성의 정신을 말갛게 표현하기에 충분합니다. 그의 작품은 마치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 속의 정지된 그 어느 순간이 보이는 듯 하고, 소박한 일상의 순간들이 그만의 감성 안에서 무심하면서도 아름다운 풍경으로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자유로운 선의 동력은 그의 화폭 속의 무심한 듯 느린 풍경에 생동감을 불러일으키며 천천히 흐르는 그의 붓끝에서 시간의 쌓임이 잘 나타납니다. 이런 무심한 풍경들과 그의 기억 저편 깊은 곳에 자리한 내밀한 기억들은 고향에 뿌리를 둔 삶과 사람에 대한 작가의 태도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강석문 작가는 나무, 풀, 새, 그리고 작은 곤충들과 같은 자연의 이미지를 이용하여 한지, 장지에 먹과 채색으로 깊은 동양화의 멋이 어우러지는 따듯한 작품을 제작합니다. 그의 작품 속에는 그와 더불어 깃든 또 하나의 주제인 인물의 이미지가 등장하는데, 그의 붓끝에서 탄생한 풀과 나무엔 인물과 같은 표정이 있고, 인물의 머리 위엔 자연과 같은 꽃이 피어나며 언제나 함께 서로를 살피고 바라보는 따뜻한 관계의 시선이 느껴집니다. 장난끼 가득한 인물의 표정 뒤엔 언제나 자연의 이미지가 함께하고 있으며, 벌레를 닮고 나무를 닮은 그의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느끼도록 합니다. 더불어 나무는 사람을 닮고 그 위엔 다양한 생명들이 꽃 피우고 있는 모습에서 인간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평화롭고 따듯한 세상을 느낄 수 있습니다. 동양화의 청아한 멋과 진한 흙 냄새가 묻어나는 그의 작품 속 세상은 이렇듯 인간과 자연, 서로가 함께 평온한 균형을 맞춰가며 살아가고 있으며, 그들의 소소한 일상의 즐거운 풍경이 보는 이들로 하여금 유쾌함을 느끼도록 합니다..
‘풀의 그늘’ 이라는 주제와 함께 풍경 사이의 풍경을 그려내는 작가 장현주는 그에게 풍경이란 멀리서 보는 원경이 아닌 근경이라 말합니다. 그의 작품 속의 자연은 단순히 몇 개의 장면이 아닌 수많은 장면과 장소들이 쌓인 중첩의 흔적으로, 지금까지의 긴 시간의 겹이 화폭 속에 고스란히 녹아있습니다. 그가 본 풍경에는 기쁨, 즐거움, 애틋함이 담겨있으며, 알 수 없는 깊은 외로움과 슬픔이 공존합니다. 번잡한 일상에서 벗어나 그가 바라본 자연의 모습은 서로의 경계를 허물고 꽃은 산이 되고 풀은 나무가 되어 수많은 중첩을 통해 그 사이의 풍경을 만들어 냅니다. 그것은 그가 구사하는 기법인 먹과 목탄을 이용하여 그리고 다시 닦아내기를 반복하며 먹을 켜켜이 쌓아내는 방식으로 깊이를 더합니다. 그렇게 그는 자연과 하나가 되어 중첩된 기억의 흔적을 작품을 매개로 관람객들에게 위로와 안식의 시간을 선사합니다
N gallery의 봄 기획전 ‘Hello, spring’ 展.
봄의 시작을 알리는 첫 전시로 따듯하고 맑은 시냇물 같은 자연의 이미지들이 보는 이 들에게 봄의 향기를 눈과 마음으로 전달 받기에 충분한 시간이 되리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