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 있어 기억은 모호한 형상으로 우리의 뇌 속에 저장되어 있다.
감각을 통해 경험했던 기억들은 저장했다 재생되는 형태로 반복되어진다.
이번 작업의 시작은 나의 기억 속에 저장되어있는 어머니의 삶 한 부분을 꺼내 그리움이라는 주제로 표현하였다.
공유한 시간과 공간 그리고 자연에서 얻은 이미지, 근원적인 존재에 대한 물음등
 유년시절 추억과 생각, 일상에서 일어났던 소소한 이야기를 부분적으로 꺼내어 놀이처럼 하나씩 풀어 놓았다.
매화꽃이 화창한 봄날 벽장 속에 고이 모셔둔 빨간 고무신을 꺼내 신고 나들이 가시던 모습, 밤마다 장독대 위에 정한수 떠 놓으시고 자식들 잘되라고 빌던 모습, 퍼내도 퍼내도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넘쳐나던 곳간. 반가움에 버선발로 뛰어나오시던 모습, 흘러 넘치도록 사랑 가득 쌓아 올린 꽃 밥, 지천에 흐드러지게 핀 밥풀 꽃 한 다발 안겨 주시던 모습등
 나에게 있어 기억은 삶을 지탱하는 행복한 도구이자 희망이다.

눈물이 그렁 괸 눈으로 꽃을 대해도 꽃은 말이 없는데,
어지러운 꽃잎만 붉고 붉게 그네를 넘누나 - 한시(漢詩) 중에서

세월의 흐름과 무상함. 그림을 통해 잊혀져가는 것들의 아쉬움과 순간을 지연시키고 싶은 마음 등을 같은 시선으로 바라봐 주시는 분들과 함께하고 싶다

정이진展 '화랑미술제'가 2월28일부터 3월4일까지 코엑스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