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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은 아트큐브] 송수영 개인전: 사물의 기억
전보연 기자  |  jby@woman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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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2.11.27  18:5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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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생명과 음식을 구별하지 않는다네

뒤뚱거리던 걸음과 순한 표정들은

게걸스럽던 식욕과 평화스럽던 되새김들은

순서 없이 통과 리어카에 포개져 있네

쓰레기처럼 길가에 엎질러져 쌓여 있네

비명과 발버둥만 제거하면 아무리 큰 힘도

여기서는 바로 음식이 된다네

…… …….

<김기택 – 마장동 도축장에서>

 

송수영개인전 : 사물의 기억이 11월30일부터 2013년 1월9일까지 송은 아트큐브에서 열린다.

향나무는 향이 되었다.

향이 좋아 향나무라고 이름지어진 향나무는 귀신을 부르는 향이 되었고, 또 이제 가끔은 냄새를 쫓는 향이 되었다. 크고 단단하게 자라 마을을 지키듯 서있던 향나무는 그 기억으로 귀신과도 통하는 향이 되었을까? 향은 불피워 사라지는데 채 몇 분이 걸리지 않지만, 그 크고 단단했던 향나무의 기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는. 살아간다. 향과 향나무의 DNA는 결국 같지 않겠는가.

그리고 작가 송수영은 그 기억을 찾아낸다. 이미 사물이 되어버린 향에서 향나무의 기억과 흔적을 찾아내는 것, 그것을 추적하는 것이 그녀의 일이다. 책과 연필에서 숲을 보듯이. 나무젓가락에서 풀잎을, 가죽 점퍼에서 양을 보듯.  

그의 작업에서 사물에서 나타나는 자연의 모습을 기억하는 것은 그 본래의(original) 모습을 향수하는 것도 아니고, 재료가 된 자연에 대한 단순한 애도도 아니다. 그의 작업을 관통하는 관심은 사물이 스스로 간직한 기억과 대면하는 것이다. 가구의 문틈과 모서리를 흘러다니는 나무의 나이테가 ‘추위의 난폭한 힘’을 견뎌낸 자리임을 시인이 보았듯이, 송수영은 사물이 되고도 남아있는 나무와 숲의 흔적을 찾아낸다. 가늘고 연약한 향이 간직하고 있는 크고 튼튼한 향나무의 기억처럼. 그의 식물학적 상상력으로 그렇게 숲은 책 위에 다시 제 존재를 드러내고, 개개비는 수수빗자루 사이에 둥지를 튼다.

나무는 지구의 가장 오래된 기억을 품고 있다. 동물이 나타나기도 전, 인류가 나타나기도 전, 대지로 올라온 나무들은 뿌리를 내리고, 개체를 번식시키고, 겨울을 견디는 격렬한 생의 방식들로 그들이 살아낸 대지와 지구를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그곳에서 동물과 인류와 공존하던 기억도. 생존의 근거지인 지구를 기억하는 거대한 숲이 연필 한 자루가 되어 있음을 발견하는 것은 따라서 지구의 기억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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