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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낙하하는 저녁
윤성환 기자  |  ysh@woman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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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0.24  18:2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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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쿠니 가오리의 『낙하하는 저녁』이 14년 만에 개정되어 재출간됐다. 일본에서는 1996년에 출간됐으니 만 21년, 딱 성년이 된 소설이다. 이 오래도록 사랑받은 소설을 새롭게 선보이기 위해 소담출판사와 번역가 김난주가 책 전체를 공들여 손봤다. 번역가 김난주는 개정판 작업을 위해 원문 전체를 다시 살피고 번역 문장을 시대 흐름에 맞게 다듬었다. 그는 “이 책의 초판을 번역할 당시보다 나이가 좀 더 든 지금, 리카와 다케오와 하나코 이야기가 참 다르게 와닿았다”면서 “다시 읽으니 새삼 정말 좋은 작품”이라고 거듭 말했다. 소담출판사 편집부 또한 “독자들에게 꼭 다시 읽기를 추천하고 싶다”면서 “리카에게도, 다케오에게도, 하나코에게도 시간의 흔적이 묻어나 마치 다른 소설을 읽는 듯 놀랍도록 새로운 인상이다”라고 소개했다. 초판 표지는 온기가 느껴지는 노을빛이었던 데 반해, 이번 개정판 표지는 보다 더 차분하고 냉철한 듯한 새벽빛이다. 초판 ‘작가의 말’에서 에쿠니 가오리가 “냉철하고 명석하고 차분하고 밝고, 그러면서도 절망하고 있는…… 『낙하하는 저녁』은 그런 작품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썼다”고 말한 바를 이미지화한 표지이다. 사랑을 온전히 떠나보내는 데 15개월이나 걸린 한 여자의 아주 느린 실연 이야기는 “그대들 일은 그대들이 알아서 할 일”이라는 소설 속 대사처럼, 읽는 독자마다 저마다의 그릇에 다르게 담긴다.

세 주인공 리카, 다케오 그리고 하나코의 이야기에는 ‘사랑 이야기’라는 말만으로 정의내릴 수 없는, 한층 깊은 구석이 있다. 대학 시절부터 친구도 제대로 사귀지 않은 채 다케오하고만 깊은 관계를 맺어온 리카. 8년간 동거한 다케오가 갑자기 “나 이사할까 봐”라며 이별을 통보하는데, 이유는 만난 지 4일 된 여자 하나코 때문이다. 책 본문을 인용하자면, 태생적으로 남녀를 가리지 않고 ‘페로몬을 바바바방’ 뿌려대는 하나코는 누구나 그녀를 좋아하지만 정작 자신은 사람이건 물건이건 무엇에도 애착이 없다. 리카는 다케오와 헤어진 뒤에도 전화로 일상을 공유하고, 다케오의 흔적을 음미하고, 하나코조차도 ‘다케오의 새로운 일부’로서 받아들인다. 다케오는 리카에게 혼자서는 월세를 감당하기 힘들 테니 어서 너도 이사하라고 말하지만, 리카는 다케오와 함께하던 날들을 잃지 않기 위해 높은 월세를 꾸역꾸역 감당하며 버틴다. 어느 날, 하나코가 불쑥 나타나 함께 살겠다고 선언하면서 두 여자의 기묘한 동거가 시작된다. 다케오와의 접점으로서 시작된 하나코와 리카의 관계. 어느새 리카에게 하나코는 다케오의 일부가 아닌 리카 자신의 일부가 된다. 세상에 진지한 일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양 가볍고 무신경한 하나코는 얼마고 훌쩍 떠났다가, 느닷없이 돌아오길 반복한다. 그런 하나코를 기다리는 리카는 언제부터인가 다케오의 일상이 궁금하지 않다.
  ‘헤어짐’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새로운 시작’으로 끝을 맺기까지 작중에서는 15개월이란 짧지 않은 시간이 흐른다. 미련, 집착, 타성 같은 ‘곱지 못한 것’들로 가득한 애정이 리카의 마음 안에서 사그라지고, 그 자리에 고요한 저녁이 내려앉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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