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현 작가의 작품에 나타난 현대인들은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표정 없는 얼굴로 살아가고 있다. 선명한 색깔의 사람들, 그 사이에 감춰져 있는 나 자신을 찾기 위해서는 작가의 부름에 응해 캔버스로 가까이 다가가 세밀한 관찰을 시작해야 한다. 작가는 본인이 겪은 일들을 사진 또는 영상으로 남기고, 그 이미지들을 자신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재구성하여 밋밋한 프레임에 갇혀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대인들의 단상을 표현해냈다.
그래서 바쁜 나날들에 쫓겨 숨어버린 나(i)는 어디에 있을까? 작가는 군중을 멀찍이서 내려다보며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그 해답은 작가가 다양한 색의 규칙적인 리듬으로 풀어 낸 일상의 풍경과, 무수한 단순성을 통해 짚어 낸 나라는 우주의 존엄성 속에서 찾아낼 수 있다.
 
이준희 작가는 자신만의 색감 연구로 독특한 느낌을 살린 반구상 형태를 캔버스에 담았다. 캔버스를 뚫고 나올 듯한 강렬한 시각적 효과는 회화 그 자체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동을 선사한다. 어딘가 모르게 불편하면서 완전하지 않은 흐름, 익숙하거나 조화로운 듯 보이면서도 낯선 색의 배치로 우리는 잊고 있었던 아름다운 예술의 세계에 빠져들게 된다.
과거에서 지금까지 많은 예술인들이 찾아 헤매었던 미의 가치를 쫓기 위해, 작가는 어떠한 주제나 이론에 얽매이지 않고 조형성을 부각시킨다. 이러한 미완성의 형태는 반구상의 신비로움과 자유로운 색의 향연을 통해 완성된 미의 세계로 다가간다.
 
건국대학교 현대미술전공 출신의 이경현 작가가 표현한 일상 속의 공허한 인간 군상과 홍익대학교 회화과 출신의 이준희 작가가 선보이는 반구상 속의 미학은 10월19일부터 11월2일까지 앤갤러리의 1전시실과 2전시실에서 각각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