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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어머니가 트시다
윤성환 기자  |  ysh@woman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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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8.01  20:3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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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원에 모신 어머니와 자녀들이 휴대폰 전화와 문자로 나눈 이야기가 한 권의 책으로 담겨져 나왔다.
 
도서출판 ㈜컬처플러스가 펴낸 <어머니가 트시다>는 수의사이자 축산전문 공무원인 저자가 어머니를 요양원에 모신 2015년 5월 7일부터 2017년 6월 11일까지 약 2여 년의 기간 동안 어머니와 주고받은 전화 통화 내용과 10명의 가족들이 휴대폰 문자로 나눈 이야기를 담았다. 10명의 가족은 저자와 큰누나를 비롯한 칠남매, 두 명의 형수, 저자의 아내를 말한다. 

저자는 어머니와 이삼일에 한 번씩은 꼭 연락하는 습관 덕에 형제에게 어머님 소식을 전해주는 소식통으로 역할 한다. 어느새 저자의 형, 누나도 벌써 환갑을 넘기고 일흔을 바라보는 나이라 칠남매 중 막내인 저자가 연락병 노릇을 자청한 셈이다.

저자는 어머니와 통화한 내용을 휴대폰을 통해 가족들에게 공유하고 가족들은 저자와 어머니에 대해 휴대폰 문자로 이야기한다. 비록 디지털 사회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휴대폰을 통해 의견들을 주고받지만 거기에는 따뜻한 아날로그 사랑이 숨 쉬고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치매’라는 말 대신 ‘트셨다’라는 말을 일부러 만들어 사용한다.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치매에 걸렸다’라는 표현을 받아들이지 않고 새로운 용어를 만든 이유에 대해 저자는 “아직 정신이 멀쩡할 때가 대부분이고 어쩌다가 혼돈이나 망각 상태가 일어날 뿐인데 무슨 큰 병에라도 걸린 것처럼 치매에 걸렸다고 단정 지어버리는 것은 이제까지 자식들을 제 몸보다 더 아끼며 키워내느라 고생하신 어머니에 대한 자식 된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또한 치매 초기 상태에서는 정상인들과 별다른 차이 없이 사고와 대화를 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인간의 정신에 대해 치매라는 사형선고를 내리는 것은 한 개인에 대한 인격 존중이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이 때문에 저자는 일반인들이 치매 징조가 일어난 때부터 치매가 본격화되기 전까지의 상태를 ‘트시다’라고 명명했다. 즉, ‘치매에 걸렸다’가 아닌 ‘트셨다’라는 개념을 갖고 부모님과 어르신들을 바라보면 자칫 치매라는 판단으로 인해 잃어버릴 수 있는 대화의 시간을 고스란히 되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치매가 본격화되면 가장 크게 문제가 되는 것은 기억력 장애이다. 저자는 기억력이 아직까지는 살아있는 ‘트신 상태’인 어머니와 많은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를 나눈다. 그리고 이야깃거리가 없을 때는 소재를 찾기 위해 한참을 고민한다. 저자 역시 공상에 빠지는 것을 좋아라 하는데 흔히 현장에서 이야깃거리를 발견한다. 그러는 사이에 이야기는 가족사를 넘어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기도 한다.
 
축산 공무원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던 저자는 어느 날, 문터기라는 닭을 만나게 된다. 조류독감이라는 광풍이 휘몰아치는 현장에서 살아남은 문터기는 축산 공무원에게 잡히지 않으려고 도망치다 꽁무니털이 다 빠져버린 닭이다. 죽음의 현장에서 불사조처럼 생존한 이 닭을 저자는 생사의 요령과 기본을 터득해버린 놈이라는 뜻에서 문터기(文攄基)라고 이름 지어 준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값비싼 외국 브랜드만 선호할 게 아니라 자기 나름대로 문양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하는 저자는 이러한 문터기의 닭벼슬 모양을 본떠 자신의 문양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다. 또한 그는 이렇게 각자가 각자의 로고를 활용해 명품을 만들면 우리나라의 명인들도 다시금 살아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런가하면 저자는 13세기 고려와 몽골간의 전쟁에서 힌트를 얻어 말과 드론을 결합한 ‘날뛰기’라는 경기를 만들어 세계적인 경기로 만들어보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어머니에게 드론을 아시냐고 일부러 여쭙기도 한다. 어머니는 “공중에서 날아다니는 세숫대야만한 것이 아니냐?”며 왜 물어보냐고 반문한다. 그러면 막내아들인 저자는 ‘날뛰기’라는 경기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어머니는 아들이 생각하는 날뛰기 경기가 세계적인 경기로 잘 커질 수 있도록 열심히 기도해주겠노라고 응답한다. 

이처럼 어머니는 저자의 이야기에 가장 잘 귀기울여주는 최고의 애청자이고 저자는 그런 어머니가 심심하시지 않게 하기 위해 오늘도 이야깃거리를 궁리한다. 이와 같은 이야기꾼 저자 덕분에 독자는 마치 자신의 어머니와 이야기를 나누는듯한 느낌도 받을 수 있다.

최근 들어 점점 치매로 고생하는 가정이 늘고 있다. 노인들에게는 암보다 더 무서운 병이라고 불린다. 누군가는 장수가 행복이 아닌 재앙이라고도 말한다. 치매는 당사자와 가족 모두가 괴로운 병이다. 이제 치매는 개인과 가정의 문제를 넘어 사회 전체의 공통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치매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009년 약 21만 7,000명에서 2013년 약 40만 5,000명으로 4년 만에 87%가 증가했다. 2017년 현재 우리나라의 치매인구는 73만 4,000명에 이른다. 2025년에는 무려 100만 명, 2043년에는 2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더욱이 100세 시대, 고령의 노인이 초 고령의 노인을 부양해야 하는 시대이다. 젊은 자식도 시간이 지나면 부모가 되고 더 나이가 들면 노인이 된다. 이런 시대에서 저자 역시 자식으로서 어머니를 요양원에 모시며 사랑과 슬픔이 교차하는 순간을 맞이했었다. 

우리속담에 ‘장병(長病)에 효자 없다’는 말이 실감나는 때다. 하지만 저자의 효도법을 알고 나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재미난 이야깃거리를 찾고 휴대폰으로 어머니와 대화를 나누며 어머니의 정신 건강을 챙기는 저자의 모습은 우리에게 치매 초기 대처법을 가르쳐주기도 한다. 이 책 역시 어머니에게 읽을거리를 마련하기 위해 출판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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