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년 의사 생활을 하면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의 하나는 어떤 병에는 무슨 증세가 있느냐입니다. 예로, 갑상선기능저하증의 증세에 대해서 묻습니다. 혹시라도 제가 만성 피로를 흔한 증세 중의 하나로 얘기하고 본인이 그 증세를 가지고 있으면, 질문자는 바로 스스로 그 병이라고 생각을 하지요. 

어떤 병의 증세에 대해 묻는 것은, 그 병만이 갖는 특이한 증세가 있고, 그 증세는 누구에게나 다 똑같다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병이 같으면 그 증세와 고통은 누구나 다 같을 것 같지요? 

누구나, 다 볼 수 있는 외상을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똑같이 뼈가 부러졌다거나, 상처가 났다고 하더라도, 느끼는 통증은 사람에 따라 같지 않다는 것을 흔히 보았을 것입니다. 심지어는 같은 사람이라도 심리 상태에 따라 증세가 달라지지요. 

길 가다가 넘어져 무릎을 다친 아이의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넘어져도 처음에는 벌떡 일어나지요. 툭툭 털고 가려는데 무릎이 까져 피가 나는 것을 봅니다. 그러면, 아이는 갑자기 통증을 더 느끼며 울어댑니다.

 마음의 병이나 스트레스가 일으키는 신체기능의 병을 제외하면, 몸의 병은 몸에서 증세가 출발하는 것은 맞습니다. 그런데 병은 몸에 있지만 이를 느끼는 것은 뇌이고, 이 뇌의 상태에 따라 증세와 고통의 정도는 다 달라지지요. 

이 뇌의 상태를 결정하는 것이 예민함과 불안입니다. 즉, 예민하고 불안한 사람일수록 같은 병이라도 증세는 더 심하고 오래가게 되지요. 반면에, 둔감하고 평소에 행복한 사람은 증세가 심한 병이라도, 덜 심각하게 느끼게 됩니다. 

누가 제게 어떤 병의 증세를 물을 때는, 대답하기 전에 저는 반드시 질문한 사람의 증세를 먼저 되묻습니다. 그리고는, 질문자의 증세가 의심한 병일 가능성이 있는지 없는지부터 대답을 해 주지요.

 의심하는 병의 증세를 듣게 되면, 그 의심은 커지게 되고 따라서 불안도 더 커집니다. 반면에, 병의 여부에 대해 확신을 들으면, 불안이 없어지면서 생각했던 증세도 오히려 가라앉게 되지요.

 의사한테는 병에 대해 묻지 말고, 자신의 증세부터 먼저 말씀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