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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공간 눈] 조정은展 ‘동네드로잉’
전보연 기자  |  jby@woman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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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6.15  17:5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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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작업은 사물, 공간과 작별하는 방법이다. 머리로는 모든 것이 변하고 사라진다는 것을 알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마음은 언제나 느렸다. 그래서 나는 사라지지 않았으면 하는 것들 혹은 사라져가는 것들로 작업하기 시작했다. 그것을 작품에 담고 나니 사라짐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평소에는 무감각하다가 주변의 것들이 사라질 때 나 역시 사라져가는 것을 느낀다. 사라지는 것에 대한 인식은 사라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서 온다. 결국은 기억되고 싶은 것이다.

 나는 20년 동안 한 동네에서 살았다 그리고 사라졌다. 그곳은 나의 놀이터였고, 친구의 집, 동네 아줌마, 아저씨들의 집이었다. 나는 기억하지만 그곳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그런 경험은 긴밀했던 이와 갑자기 남이 되는 것처럼 낯설고, 하나의 시절이 없어지는 기분과 같았다. 그 이후부터 나는 동네를 그리기 시작했다.

 사라짐이 무엇인가 생각했을 때, 사라짐은 ‘본디 처음으로 돌아가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우리가 작은 세포에서부터 생겨났던 것처럼 사라지는 것은 다시 작은 부분들이 되는 것이다. 작업에 등장하는 픽셀(Pixel)은 영어로 picture element, 畵素(화소)인데 그림의 요소, 본디, 처음이라는 뜻이다. 처음에는 사라짐을 표현하기 위해 픽셀드로잉을 그리기 시작했는데, 그리다 보니 그것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새로 만들어지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그것은 내게 변화를 받아들이는 매개체가 되었다.

 이번 <동네드로잉> 전시에서는 2015년에 그린 미발표 된 기존 동네 시리즈 작업과 12월에서 5월까지 행궁동 벽화마을을 오가며 그린 회회 10여점과 드로잉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행궁동 벽화 마을은 사라질 뻔 한 마을이다. 문화재 보호로 개발이 제한되어 주민들이 떠날 준비를 하던 곳이기 때문이다. 그러던 마을에 예술가들이 벽화를 그리고 주민들이 한 마음이 되어 골목을 가꾸기 시작하면서 이야기는 달라졌다. 나는 사라짐을 극복한 이 마을이 무척 아름다웠다. 마을은 생명체처럼 정체되지 않고 변화했다. 계절에 따라 다른 옷을 입어가듯 변화는 사라짐이 아니라, 이어짐이라는 것을 마을을 오가며 깨달았다.

 조정은展 ‘동네드로잉’이 6월17일부터 30일까지 대안공간 눈에서 진행된다. 031-244-4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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