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본원을 찾는 여성 환자 역시 몇 년 사이에 더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연령별로 다르게 나타나고 있지만 20대 여성 환자들도 많아졌고 30~40대 주부들이 눈에 띄는 것 같습니다. 질병관리본부 자료에 따르면 20대 여성(19~29세)의 월간음주율은 60% 정도로 가장 높았고 한번 술자리에서 5잔 이상 마시는 폭음률 역시 40%가 넘은 것으로 확인됩니다. 우리나라 주류 소비 수준은 OECD 국가와 비슷한데, 그 중에서도 폭음률은 전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20대 여성의 경우 아직 젊기 때문에 당장 이상 징후가 나타나지는 않으나 결혼 후 난임이나 불임, 그리고 중년 이후 고혈압, 비만, 당뇨와 같은 성인병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30~40대 주부들의 경우 남편과 자녀가 없는 낮 시간대에 집에서 몰래 술을 마시는 키친드링커(Kitchen Drinker)의 형태를 보이는데, 초기에 발견하기가 쉽지 않아 대부분 심각한 지경에 이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성 음주가 증가하게 된 이유에는 여성들의 경제·사회활동 참여 증가와 저도주, 수입맥주 등 여성의 관심을 일으킬 만한 전반적인 음주 시장의 변화 등 다양한 이유를 들 수 있습니다. 독한 술에 한정되었던 주류 시장에 도수가 낮은 소주, 과일 맛이 첨가된 술, 그리고 에일맥주와 같은 다양한 수입맥주의 등장 등 여성의 기호에 맞춘 새로운 주류 트렌드의 변화로 인해 여성의 음주 기회가 더 많아진 것 같습니다.

 

여성의 음주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여성 알코올 의존증 환자 수 역시 그만큼 늘어나고 있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으므로 더욱 주의가 필요합니다. 여성 알코올 의존증 환자의 경우 66%가 우울증에 먼저 걸린 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마신 술 때문에 알코올 의존증에 빠지게 됩니다. 남편과의 불화, 시댁과의 갈등, 자녀 문제 등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발생한 문제를 해소할 방법을 찾지 못하다 보니 우울증에 빠지게 되고 우울증으로 인한 괴롭고 슬픈 마음을 술로 달래다가 알코올에 의존하게 되는 것입니다. 단순하게 술을 즐기다가 알코올에 중독되는 남성과는 달리, 여성들은 부부, 시댁 문제, 직장에서의 차별 등 자신을 둘러싼 주변 환경과 스트레스로 인해 술에 빠지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처음에 가볍게 음주를 시작했더라도 반복적으로 술을 마시다 보면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여성 대부분은 남성보다 술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데 이는 신체 구조상의 차이 때문입니다. 여성은 남성보다 체지방 비율은 높고 수분 비율은 낮기 때문에 같은 체중의 남자와 비교할 때, 같은 양의 술을 마시더라도 혈중 알코올 농도가 더 높게 나오게 됩니다. 게다가 알코올 분해효소 역시 더 적기 때문에 남성보다 여성이 더 빨리 취하게 되며 알코올 의존에 노출될 위험 역시 더욱 높아집니다.

 

최근에는 19~29세와 30~39세 가임기 여성의 음주율이 높아지고 있는데, 그만큼 태아 알코올 증후군 발생 위험 역시 함께 증가하고 있습니다. 태아 알코올 증후군은 임신부가 임신 중 음주를 함으로써 태아에게 신체적 기형과 정신적 장애가 나타나는 선천성 증후군을 말합니다. 임신 중 알코올을 섭취하게 되면 알코올이 태반을 따라 자궁 속의 태아에게 스며들게 되는데, 엄마가 마신 술이 그대로 태아에게 영향을 준다는 의미입니다. 임신 중에 반복적, 만성적으로 알코올을 섭취하게 되면 태아에게는 성장 발달 지연, 안면기형 및 중추신경계 장애와 같은 신체적 문제와 정신지체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태아 알코올 증후군은 습관성 여성 음주자의 경우 신생아 1천 명당 4~7명꼴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미국의 경우 태아 알코올 증후군 유병률이 0.1~1%로 정신지체의 첫 번째 원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임신부의 음주는 자궁 속의 태아에게 바로 영향을 미쳐 태아 알코올 증후군 발생의 주요 원인이 되기 때문에 그만큼 위험하다는 사실을 반드시 기억해야 합니다.

 

이외에도 알코올 의존증과 관련 있는 대표적인 정신질환에는 우울증이 있습니다. 알코올의 분해 물질인 아세트알데히드는 뇌 조직에 작용해 우울한 감정을 불러일으킵니다. 미국 등에서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알코올 남용이나 의존증인 경우 30~40% 정도가 우울 장애를 앓고 있다고 하는데, 실제 본원에서도 알코올 중독과 우울증을 함께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알코올로 인해 우울증이 발생한 것인지 우울증 때문에 술 문제가 나타나게 된 것인지에 대해서는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지만 알코올 중독과 우울증은 굉장히 밀접한 관계에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여성 알코올 의존증 환자의 경우 우울증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은데, 남성과 달리 우울한 감정을 달래기 위해 술을 찾기 때문입니다. 일시적으로 기분을 좋게 만들었던 술은 알코올 효과가 사라지면 다시 우울한 감정에 빠지게 되는데, 이 과정이 반복되면 알코올 의존이라는 악순환의 굴레에 빠지게 되는 것입니다.

 

 

 

여성호르몬의 일종인 에스트라디올(estradiol)이라는 물질은 간에서 알코올을 분해하는 효소의 활동을 방해합니다. 여성 호르몬이 많이 축적되어 있을 때 간의 알코올 분해 능력은 그만큼 떨어지게 되므로 여성호르몬이 많이 축적되는 생리를 앞둔 기간에는 평소보다 훨씬 빨리 취하게 되므로 더욱 주의해야 합니다.

 

젊은 층일수록 알코올 중독을 병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다. 술을 즐기는 20대 여성들은 아직은 젊기 때문에 ‘내가 무슨 알코올중독이야’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알코올 의존증은 진행성 질병이라는 사실을 기억하고 평소 자신의 음주 습관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보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사진제공 /다사랑중앙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