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도 잘하고, 가정생활과 육아도 잘하고 싶은 워킹맘! 하지만 늘 시간에 쫒기고, 일에 치이고, 가족 눈총 받느라 두 마리 토끼를 잡기가 쉽지 않지요.

워킹맘으로서 고민도, 고충도 많지만 이야기 털어 놓을 곳이 없을 때 한국워킹맘연구소 이수연 소장이 속 시원하게 답해드립니다. (사연 제보 : rdw@womandaily.co.kr)

Q : 소장님~ 저는 초등학교 2학년 딸과 7살 아들을 둔 워킹맘입니다.

저는 요즘 남편과 합방하는 문제 때문에 고민이 많습니다. 부부 사이에 웬 합방이냐구요? 저희 부부는 8년간 각방을 썼거든요.

처음에는 아이가 새벽마다 깨서 우는 바람에 남편이라도 편하게 자게하고 싶어 따로 자기 시작했는데 어느새 습관이 돼서 이제는 함께 자는 것이 오히려 너무 어색하고 불편합니다.

잠잘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남편은 작은 방으로 가고 저는 아이들과 큰방에서 함께 잠을 잡니다.

할 이야기가 있으면 얼굴 보고 이야기 하는 대신 카톡이나 문자로 대신하다보니 오해도 생기고 한 번 싸우면 화해하기까지 시간도 많이 걸립니다.

몸이 멀어지다보니 아무래도 스킨십도 안하게 되고 부부 관계도 월례행사처럼 하게 되네요.이러다 남편과 더 멀어질 것 같아서 걱정됩니다.

남편과 합방 잘하는 방법이 있을까요?

A : 안녕하세요 한국워킹맘연구소 이수연 소장입니다.

예전에는 배우자를 소개할 때 ‘한 이불 덮고 자는 사람’ 이라는 표현을 자주 썼었는데 이제는 시대에 맞지 않는 말이 돼 버렸습니다.

많은 부부가 한 이불은 커녕 같은 공간에서 함께 잠을 자지 않기 때문입니다.

제 주변에도 이런 분들 참 많습니다. 남들 보기에는 ‘부부’ 같지만 실제는 부부다운 생활을 전혀 하지 않는 ‘마네킹 부부’ 같은 분들 말이지요.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 진다’ 는 말이 있듯이 물리적 거리가 있으면 그만큼 마음도 멀어지는 것 같습니다. 살을 맞대고 자야 서로에 대한 애틋함도 생기고 정도 생기는데 따로 자다보면 그럴만한 시간적 여유가 전혀 없으니까요.

일의 특성상 많은 맞벌이 부부들을 만나게 되는데 사이가 각별한 부부들을 보면 공통적인 부부 지침이 있습니다.

바로 ‘싸웠을지라도 잠은 무조건 함께 잔다!’입니다.

경험상 참 쉽지 않은 조항인데 그만큼 부부가 서로 노력한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 거죠. 부부가 함께 잠을 잔다는 것은 여러 가지로 의미가 매우 큽니다.

물론 각방 쓰는 것 외에 부부가 대화를 많이 나누고 정기적으로 성 생활도 즐긴다면 큰 문제가 없지만 서로에 대한 불만이 있는 상태에서 각방을 쓴다면 부부 사이는 급격히 악화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한 조사 자료에 의하면 이혼한 부부의 70% 이상이 각방을 썼다고 합니다.

지금 아이들이 9살, 7살이면 서서히 다른 방으로 독립을 시키고 남편분과 합방할 준비를 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먼저 하셔야 할 것은 남편 분에게 각방 쓰면서 느꼈던 감정, 앞으로 부부 관계가 더 멀어질 것 같은 두려움 등을 솔직하게 말씀하신 후 합방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내시는 겁니다.

이 문제는 혼자 결정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서로의 충분한 공감이 먼저 형성되어야 합니다.

그런 다음, ‘횟수’와 ‘유효기간’을 정하시는 겁니다.

8년간 각방을 썼는데 이제 와서 날마다 살을 맞대며 함께 자려고 한다면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아 감정의 골이 더 깊어질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처음에는 일주일에 한 번씩 시도해보시다가 서로의 불편함이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점점 횟수를 늘려 가시는 것이 좋습니다. 이때도 한 달 또는 두 달 정도의 유효기간을 두시고 이 기간에는 서로 최선을 다해서 노력을 하되 앞으로의 진행 여부는 유효 기간 끝나고 다시 이야기 하는 것으로 정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유효기간을 정해놓지 않으면 한두 번 시도하다 불편함을 이겨내지 못하고 포기 한 후 다시는 시도조차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상대방의 잠버릇’, ‘코고는 소리’, ‘뒤척임’ 등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불편함도 견딜 수 있을 정도로 유효기간까지는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제는 100세 시대라고 합니다. 앞으로 50년 이상을 함께 살아야 되는데 데면데면 사는 것 보다 서로 사랑하고 행복하게 사는 게 좋지 않을까요?

지금도 늦지 않았습니다. 남편분에게 먼저 다가가 속마음을 털어놔 보세요. 남편분도 기다렸다는 듯이 마음 속 이야기를 꺼낼 지도 모릅니다. “사실 그 동안 함께 자고 싶었다” 고 말이지요.